미국 5년 만에 광우병 발생 "식용 안전엔 위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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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소고기 검역시행장에서 작업 중인 농림수산식품부 검역검사본부 검역관들. [연합뉴스]

미국산 소고기 검역시행장에서 작업 중인 농림수산식품부 검역검사본부 검역관들. [연합뉴스]

미국에서 5년 만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됐다. 미국 농무부는 이 사실을 한국 측에 통보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기로 했다.

앨라배마주서 11살짜리 암소 1마리 양성 반응 #8살 이상 소에서 자연발생하는 '비정형 광우병' #미 농무부 "도축 등 식용 노출 전혀 없었다" #국내 수입산 30개월령 미만이라 관련 없어 #농식품부, 현물검사 비율 30%로 늘리기로 #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농무부는 18일(현지시간) 앨라배마주의 가축 시장을 예찰하는 과정에서 11살짜리 암소 1마리에서 '비정형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 농무부는 “이 암소는 가축 시장으로 이송됐다가 죽었을 뿐, 도축 등 공급 단계로 넘어가지 않아 식용 위험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발병은 안전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미국의 ‘광우병 위험경미국가(최고 지위)’ 등급이나 무역 거래에도 아무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당장 대외 수출을 중단할 생각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된 건 이번이 5번째로 마지막으로 발견된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광우병은 크게 정형(classical) BSE와 비정형(atypical) BSE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정형 BSE는 소로 만든 육골분(肉骨粉)이 들어 있는 사료 등 오염된 사료를 섭취해 감염되는 소의 만성 신경성 질병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소를 비롯한 반추동물의 사료에 포유동물 단백질을 포함하는 것을 금지하는 사료금지법을 199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고위험 조직 물질을 모든 동물의 사료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강화된 사료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이번에 발견된 비정형 BSE의 경우 8살 이상의 나이가 든 소에서 드물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위험이 낮다고 본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이번 사례를 포함해 미국에서 발생한 5건의 광우병 가운데 2003년 1건을 제외한 나머지 4건 모두 비정형 BSE였다.

농식품부는 현재 미국에서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게 승인된 현지 도축장·가공장은 총 65곳이지만, 광우병이 발견된 앨라배마주에는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도축장·가공장이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국내로 수입될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상대적으로 어린 30개월 미만이다. 여기에 도축 과정에서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단백질이 들어 있는 뇌·눈·척수 등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한 쇠고기만 들여온다. 농식품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의 현물 검사 비율을 3%에서 30%로 늘리고, 미국의 역학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대응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관계기관에서는 강화된 검역조치를 철저히 시행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미국 측이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를 조속히 받을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농식품부는 20일 가축방역 심의회를 개최해 미국의 BSE 발생과 관련한 현 상황을 공유하고, 추가적인 조치의 필요 여부 등에 대한 생산자 단체 및 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5만6000톤으로 2015년 10만6000톤보다 46.5% 늘었다.
강혜란·장원석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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