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목줄에 묶여 세상 떠날 동안…술 마신 비정한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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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아동 자료사진. [중앙포토]

학대 아동 자료사진. [중앙포토]

3살 아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애완견이 차는 목줄을 채워 사망하게 한 부부가 그동안 거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2세 동갑인 친아버지 A씨와 의붓어머니 B씨는 대구 달서구 집에 찾아온 친척 1명과 11일 오후부터 12일 오전 3시쯤까지 거실에서 맥주를 마셨다.

C군은 11일 오후 9시쯤부터 목줄이 채워진 채 자신의 방 아동용 침대에 갇혀 있다가 숨졌다.

이들 부부는 C군이 숨지기 3, 4주 전부터 밤에 나일론으로 만든 길이 115cm 애완견 목줄을 아들 목에 채운 뒤 침대 기둥에 묶어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가 난간을 넘어 침대 밖으로 내려오려다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목이 졸려 질식사한 것 같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에서 C군의 사인은 '경추 압박 질식사'로 확인됐다. 목이 졸려 숨졌다는 의미다.

B씨는 아들이 숨진 12일 오후 4시 20분쯤 119에 신고해 "C군을 발견한 시간은 오전 8시 50분쯤이지만 무서워서 이제야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C군의 사망 추정 시간은 이날 오후 2시였다. 결국 이들 부부는 전날부터 아들을 방치하고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최초 발견 시간을 허위로 꾸몄다고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또 B씨가 숨진 C군의 목에서 줄을 풀어 다른 방에 숨기고 시신을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눕혀 놓는 등 사건 현장을 조작한 정황을 확인했다.

C군의 몸은 매우 수척한 상태인 데다 몸에 멍 자국이 있었다. C군의 키는 또래보다 10cm가량 작은 85cm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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