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보장 범위 늘리는 대신 민간 실손보험료는 낮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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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민건강보험이 더 많이 떠안고 민간 실손보험은 그만큼 싸게.’

국정기획위, 보험료 인하 방안 발표 #연내 할인폭 마련, 내년 상반기 시행 #다른 보험에 끼워팔기는 전면 금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민간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하를 추진한다.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 보장을 늘리고 그만큼 줄어든 보험사 지출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는 게 골자다.

국정기획위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감원연수원에서 보험료 인하 유도 계획을 발표했다. 연내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연계법(가칭)’이라는 관련법을 제정하고 보건복지부·금융위원회 등 정부기관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정책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협의체는 실손보험료를 얼마나 깎을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적정한 할인폭을 연말까지 도출해낼 계획이다. 정확한 통계 및 추정치가 나오면 내년 상반기 중 실손보험료 인하가 본격 시작된다.

자료: 손해보험협회 공시

자료: 손해보험협회 공시

국정기획위는 오는 2018년 없앨 계획이었던 연간 보험료 인상폭 상한선(현±35%)도 ±25%로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015년 보험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며 보험회사가 보험료를 마음대로 정하게끔 맡기기로 하려던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종신보험 등 보험료가 큰 상품에 실손보험을 끼워파는 관행은 종전 계획대로 내년 4월부터 전면 금지된다. 대신 소비자들이 더 싼 실손보험을 손쉽게 가입할 수 있게끔 보험사들의 온라인 실손보험 출시도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실손보험료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대표적인 민생 금융 공약 중 하나다. 국민들이 건강보험료와 실손보험료를 이중으로 내면서도 정작 보장이 필요할 땐 과잉진료를 받는 등 사회적 낭비가 일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이미 3300만 명을 넘어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자료: 손해보험협회 공시

자료: 손해보험협회 공시

정부는 건강보험 확대가 실손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항목을 급여로 전환한 뒤 보험사들이 4년간 얻은 반사이익은 1조5244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높은 실손보험 손해율을 이유로 보험료 인하를 반대하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는 보험료 대비 지급하는 보험금의 비율을 나타낸 지표인데 100%가 넘어가면 보험사가 적자를 본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을 팔고 있는 보험사 24곳의 실손보험상품 평균 손해율은 120.7%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실손보험료는 지난 한 해 동안 평균 19.9%가량 올랐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부가 무리하게 실손보험료를 내리라고 하면 아예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회사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항변이 나온다.

의료기관의 비급여 과잉진료 단속부터 선행되야 한다는 논리다.

손해보험협회는 이날 자료를 내고 “정부에서 비급여에 대한 기초적인 관리체계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강행할 경우 비급여 의료가 무분별하게 퍼져 실손 손해율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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