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마당 무료급식소 운영 첫날…긴장감 흘러

중앙일보

입력

7일 오전 11시쯤 대구 중구 도원동 3번지. 대구의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속칭 '자갈마당'에 노인 50여 명이 몰려들었다. 자갈마당 내 차려진 노숙인 무료 급식소를 찾아온 이들이다. 한 여관 건물 뒤편 공터에 마련된 급식소엔 플라스틱 의자 100여 개가 깔려 있었다. 성매매 종사자 20여 명이 음식을 만들어 배식했다.

점심시간 노인 50여명 급식소 찾아 #성매매업 종사자들 직접 배식 나서 #공무원들도 현장에…충돌없이 끝나

'자갈마당' 내 노숙인 무료 급식소 운영 첫날인 이날 급식은 시종일관 긴장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대구시와 중구청에서 나온 공무원들도 이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공무원들이 자갈마당 업주나 노숙인들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한 것이 한몫했다. 노숙인들은 "음식을 대접해주니 고맙다"고 말했다.

7일 오전 대구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내 무료 급식소에서 성매매업 종사자들이 노인들에게 배식을 하고 있다. [사진 독자]

7일 오전 대구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내 무료 급식소에서 성매매업 종사자들이 노인들에게 배식을 하고 있다. [사진 독자]

사회공헌 차원에서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한다는 것이 자갈마당 업주 측이 내세우는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대구시는 이들이 자갈마당 내에 급식소를 운영해 집창촌 폐쇄 정책을 펼치는 대구시에 부담을 주려 한다고 보고 있다. 대구시는 7월부터 자갈마당 폐쇄 정책을 본격화한다.

자갈마당은 1만4000여㎡ 규모에 30여 개 업소가 운영 중이다. 110여 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생활한다. 10월 자갈마당 인근에 1245세대 대단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기 전까지 폐쇄를 마치겠다는 것이 대구시의 방침이다. 현재 대구시는 자갈마당 출입구 5곳에 폐쇄회로TV(CCTV)와 발광다이오드(LED) 경고등을 설치했다.

익명을 요구한 성매매 종사자 A씨(33·여)는 "우리가 어르신들을 위해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데 왜 그걸 몰라주느냐"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다. 여기서 쫓겨나면 갈 곳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다음달부터 대구시가 본격적인 폐쇄 작업에 돌입하면 자갈마당 업주·종사자들과의 충돌뿐만 아니라 무료 급식 이용객들의 항의까지 터져나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반면 대구시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오는 10월까지 자갈마당을 폐쇄한다는 기존 정책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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