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 '뇌 속 시한폭탄' 발병 위험, 여성이 1.56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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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리포트]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택균 교수팀
‘뇌 속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뇌동맥류가 어떤 사람에게 나타나기 쉬운지에 대한 국내 데이터가 발표됐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1.56배, 고혈압이 있으면 1.46배, 심장질환을 앓으면 2.08배, 가족력이 있으면 1.77배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동맥류란 뇌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뇌혈관질환을 말한다. 혈관이 더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부풀어 오르면 결국 터지는데, 이땐 매우 위험하다. 뇌동맥류가 뇌출혈로 이어지면 100명 중 15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생존하더라도 중증 장애가 후유증으로 남을 위험이 크다.

문제는 뇌출혈로 이어지기 전까지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뇌동맥류 환자는 1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1만 명이 뇌출혈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고령일수록, 혈압이 높을수록 뇌동맥류 발생 위험이 크다고 보고됐지만 정확히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국내 데이터는 아직 없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김택균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국민 100만 명을 9년간(2005~2013년) 추적 관찰했다. 이 기간 동안 1960명이 뇌출혈의 일종인 지주막하출혈로 진단됐다. 2386명은 아직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가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이를 토대로 한 국내 뇌동맥류 표준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52.2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주막하출혈 발병률은 10만 명당 23.5명이었다.

심장질환자 2.08배, 고혈압 환자 1.46배

앞선 연구와 마찬가지로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한 것으로 관찰됐다. 또 여성이 남성에 비해 1.56배, 고혈압 환자가 정상인에 비해 1.46배, 심장질환자는 2.08배, 가족력이 있으면 1.77배 뇌동맥류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택균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지주막하출혈의 역학 정보는 국가별로 차이가 매우 크다”며 “이번 연구에서 한국의 지주막하출혈 발병 위험이 핀란드·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뇌동맥류 검사에 대한 지침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여성, 고혈압 환자, 심장질환자,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 고위험군에 대한 선별검사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택균 교수는 이번 논문으로 지난달 13~15일에 열린 대한신경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앞서 이 논문은 ‘국제뇌졸중저널’ 2016년 10월호에 게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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