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이제는 사회가 화답할 차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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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그러나 삼성의 이번 조치를 "궁지에 몰린 나머지 들고 나온 백기"라고 폄하할 수도 있다. 정치권.시민단체, 그리고 일부 언론이 똘똘 뭉쳐 전 방위로 압력을 가하여 얻어낸 승리라고 자축하거나 진정성이 없는 개혁이라 하여 압력의 수위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사회는 과연 무슨 일을 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삼성이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한국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수행해온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국내 총생산의 17%,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이런 기업에 칭찬과 격려를 하기보다 규제와 비판을 해온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책임 운운하면서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부는 "큰놈을 건드려야 사회가 주목한다"는 전략에 따라 끊임없이 발목을 잡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반기업 정서의 표본이 삼성 때리기일 만큼 그 때리기는 집요하고도 잔인하고 참혹할 정도였다. 일부 지식인은 "차라리 국내를 떠나라"고 권고했을 정도였다.

다른 나라의 기업이라면 이미 자국을 떠났을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높은 세금과 규제를 피해 자국을 떠난 기업이 수없이 많다. 아마 삼성도 마음만 먹었으면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삼성이 온다면 이를 싫어할 나라는 지구상에 없을 것이다. 모두가 국빈으로 영접할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이런 길을 택하지 않았다. 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응답하려는 자세, 사회와 대화하려는 자세, 이런 자세를 보여준 삼성이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돋보인다.

더구나 지금은 한국 경제의 전망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저성장과 이로 인한 빈곤층 확대가 심각하다. 서민층의 삶도 갈수록 난감해지고 있다. 이런 심각한 경제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가 절박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사회와 대화하려는 어려운 첫걸음을 떼었다. 따라서 정부와 시민단체도 더 이상 편견이나 사시(斜視)를 갖고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삼성에 화답해야 할 것이다. 그 화답은 간단하다. 기업 하기 좋은 제도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정부는 그 화답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 복잡한 글로벌경제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을 규모로 통제하겠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버려야 한다. 의결승수라는 괴상한 수치로 나쁜 기업과 좋은 기업을 분류하는 것, 이것도 버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실적이고 성과다. 기업의 통제는 정부보다 시장이 훨씬 더 잘한다.

시민단체도 이제는 삼성 때리기, 대기업 때리기를 멈춰야 한다. 큰 것 잡아야 좋다는 식으로 삼성이나 대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억측과 비난을 중단하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삼성에 화답해야 할 계층이 또 있다. 지식인 계층이다. 우리 사회의 반삼성, 반기업 정서를 극복하고 자유시장 경제를 확립하는 길을 모색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 이것이 이 계층의 화답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인 모두에 대한 사회의 이런 화답, 그 결과는 모두를 위한 한국 경제의 번영이다.

민경국 강원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