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총기 은행 강도 나흘 째 오리무중…'EC43' 탄피로 총기 추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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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경산경찰서]

[사진 경산경찰서]

경북 경산 농협은행 총기 강도 사건이 벌어진 지 나흘이 지나지만 용의자 신원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2일 경북 경산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1일부터 용의자 소재파악 등을 위해 통신사 KT 협조를 받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가 범행 전 농협 옆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했다. 다만 현재 주말이기 때문에 SKT와 LG유플러스는 월요일이나 돼야 수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오전 11시56분께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들어온 한 남성은 총알 한 발을 쏜 뒤 4분 만에 1563만원을 뺏은 뒤 자전거를 타고 도주했다. 농협 직원들은 창구 뒤편 금고에 가뒀다. 이 남성은 1000원권은 골라내고 5만원권 100장, 1만원권 1063장만 담는 여유를 부렸다. 면 단위 소규모 농협이라 청원경찰은 없었다. 범인 급습 즉시 신고가 이뤄졌지만 경찰 출동엔 7분이 걸렸다.

 이 남성은 푸른색 목도리와 검정색 모자로 얼굴을 가렸다. 키 175∼180㎝에 등산복을 입었다. 범행 당시에는 “(돈) 담아” “휴대폰 (치워)” “안에 (들어가)” 등 3마디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는 “한국말이 서툴렀다”는 농협 직원들 진술에 따라 외국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진 국제 총기 협회]

[사진 국제 총기 협회]

 현장에 떨어진 탄피에는 ‘EC43’이라는 생산정보가 새겨져 있었다. 이는 미국 탄피 생산 회사인 에번즈빌사의 고유코드로 1943년에 생산된 45구경(지름 11.43㎜) 탄환으로 추정됐다. 당시 현장에서 탄피가 유리문을 뚫지 못한 점으로 미뤄 범인이 사제총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2009년 1월 경북 소재 육군 모 부대에서 사라진 45구경 권총 3정 중 한 정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시 해당부대는 연대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권총 3정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했다. 군 당국은 물자담당관으로 근무하다 전역한 예비역 중사 A씨를 총기를 훔친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였고 A씨는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A씨는 무죄판결을 받았고 결국 아직까지도 사라진 권총 3정을 찾지 못한 상태다.

 범인은 자전거를 타고 농로로 따라 달아났다. 농촌이라 폐쇄회로(CC)TV 화면도 도주 뒤 150m 떨어진 농장에서 찍힌 게 전부다. 경찰은 범인의 신고 포상금을 지난 21일 오후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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