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자 표시料 인하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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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SK텔레콤의 연내 발신자번호표시(CID) 요금 인하 방침(본지 8월 13일자 E1면)에도 불구하고 KTF와 LG텔레콤 등은 요금을 내리더라도 올해는 안되고 내년 초에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2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CID 무료화 소비자행동네트워크는 "CID는 휴대전화의 기본서비스이기 때문에 당장 무료화하는 게 당연한데, 내년에 요금을 인하하겠다는 업체들의 방침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동통신사들이 CID 요금을 내리기로 한 것은 언뜻 보면 시민단체나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하시기를 미루는 것은 또 한번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통상 정보통신부는 매년 연말에 사업자들의 실적을 받아보고 순익이 많이 나면 요금인하를 권고하고 있다. 올해는 이동통신업체들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최고 30%까지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연말에 어차피 요금인하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 CID 요금인하까지 합치면 전체 요금인하폭이 커져 소비자들에게 생색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CID 요금인하 폭을 최소 수준으로 줄일 경우 이 부분에서만 매년 1천억~2천억원씩의 수익을 여전히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이 때문에 무료화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KTF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 초 10% 이내의 요금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CID 요금을 연내에 내리면 업체로선 두번 요금인하를 해야 해 경영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KT와 하나로 등 유선통신 업체들은 투자비가 많아 아직 회수가 되지 않은 만큼 요금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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