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어떻게 GM을 살렸나
구조조정은 속전속결, 신속한 민영화가 원칙이다. 2009년 6월 파산 신청을 한 뒤 2년 만에 회생절차를 완료한 미국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 구제금융으로 연명해 한때 ‘거번먼트 모터스(Government Motors)’라는 비아냥까지 받았던 GM은 5년 만에 다시 완전 민영화됐다. 지난해에는 세계 1위 폴크스바겐(1031만대)에 불과 47만 대 뒤진 연간 984만 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1위 메이커 자리 탈환을 노리고 있다.
공적자금 투입해 부실 청산하고 #우량 자산은 뉴GM으로 새 출발 #美 정부, 흑자 내자 바로 ‘엑시트’
일단 미국 정부는 대규모 실업 사태를 막기 위해 빠르게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파산보호신청 당시 GM은 보유 부채만 1730억 달러(약 194조원)로 자산 규모(823억 달러, 약 92조원)의 두 배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때 들어간 공적자금은 총 495억 달러(약 55조원). 구제금융의 대가로 미 재무부는 GM 지분 60.8%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산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없기 때문에 GM을 아예 국영화시킨 것이다.
비록 국영 기업이 됐지만 GM의 구조조정은 정치적 고려 없이 과감하게 추진됐다. 팀 가이트너 당시 재무장관이 월가 출신 재무 전문가 스티븐 래트너를 중심으로 구성된 민간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팀에 전권을 맡겼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TF팀에 면책특권도 부여했다. 조속하게 구조조정을 마쳐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구조조정은 ‘뉴GM’과 ‘올드GM’, 회사를 두 개로 쪼개는 일에서부터 시작됐다. 새턴·폰티악·허머·사브 등 실적이 나쁜 브랜드 4개는 올드GM에 포함시켜 폐쇄하거나 매각했다. 미국 내 공장 수를 47개에서 30개로 통폐합하는 일도 부실 자산 처분을 맡은 올드 GM의 몫이었다. 뉴GM은 부채 규모를 170억 달러까지 줄이며 클린 컴퍼니로 새출발했다. 산하 브랜드도 뷰익·캐딜락·GMC·쉐보레 등 4개로 간소화했다. 덕분에 GM은 2009년 235억 달러 적자에서 2010년 47억 달러 흑자로 1년 만에 실적이 급반등했다.
GM이 흑자를 내기 시작하자 미 정부는 5%씩 지분을 내다팔았다. 2013년 12월 미 재무부는 보유 중인 마지막 지분 3110만 주(2.2%)를 처분하며 GM을 완전 민영화시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식을 더 보유했다면 공적자금을 더 많이 회수할 수도 있었지만, 미 정부는 GM을 계속 국영기업으로 둔다면 다시 비효율이 쌓일 것으로 판단했다”며 “2000년 공적자금을 투입한 이후 17년 넘게 대우조선을 매각도 못하며 자회사로 두고 있는 산업은행과는 정반대 행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