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아파트 경비원들, 월급여 140만원 못받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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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10일은 주민들께 봉사한 대가로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14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날인데 3월 10일에는 급여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주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입주자대표회의 자리 놓고 법정서 다툼 #관리자 공석에 힘 없는 '을'에 불똥 튀어 #경비원들 '주민 여러분 도와달라' 호소문 #성남시 "원만한 해결 요청해 놓은 상태

경기도 분당의 P아파트 단지 각 동별 게시판에 붙은 호소문 내용 중 일부다. 호소문은 지난 13일 이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과 청소용역원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측이 붙였다.

입주자대표회 선출 문제로 주민들 간에 다툼이 벌어지는 바람에 경비원 등에게 불똥이 튄 셈이다.

19일 성남시와 P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말 P아파트에서 실시된 신임(18기) 입주자대표회의 임원 선출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에 따라 18기 임원 선출을 승인하지 않았다.

여기에 전임(17기) 입주자대표회의가 법원에 제기한 ‘18기 임원의 직무집행정치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석이 됐다.

하지만 법원이 입주자대표회의 직무정지에 따른 관리대행자를 선정하지 않아 급여 등 관리사무소의 경비 지출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또 18기 입주자대표회의가 계약 기간이 남은 기존 관리사무소 운영업체 H사의 계약을 파기하고 W사에 운영권을 맡겼다. 현재는 W사가 관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운영권을 둘러싼 이들 업체 간 소송도 진행 중이다.

경비 지출 등의 전권을 가진 회장이 없는 데다 관리사무소 운영 주체마저 법정 다툼을 벌이다 보니 경비원 등의 급여가 지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상대책위가 호소문을 붙인 이유다.

비상대책위원장 박모씨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평균 연령 65세 고령으로 주간근무자(70%)는 140만원, 격일근무자(30%) 170만원 정도의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며 “쪽방 월세를 내야 하고 최저생계비 수준의 식비, 출ㆍ퇴근 교통비, 수도세 등 생계수단과 직결된 기초생활비만 지출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달 벌어 한 달을 버티는데 사람들로, 한 달만 급여를 못 받게 되면 당장 생활이 어려워지는 처지에 놓인다. 우리 입장에서 이 문제가 언제 해결 될지 모르고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주민들께 호소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성남시 관계자는 “행정기관이 경비원 급여 지급 등 민간 아파트의 관리 운영에 관여할 수 없다”며 “다만 재판부에는 관리대행자를 조기에 선정해 달라고 했고 전현직 입주자대표회의 등에는 원만한 해결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성남=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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