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기교·열정의 컴퓨터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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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달 30일 밤 호암아트홀에서 있은 바이얼리니스트 「빅토리아· 뮬로바」 독주회는 연주에 있어서 완벽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 것이었다.
「뮬로바」는 마치 컴퓨터처럼 빈틈없는 기량을 보여주었다.
모든 공연예술은 당대의 시대적·사회적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뮬로바」는「차가운 현대」를 사는 음악가답게 차갑고도 낭만적인 연주를 들려주었다.
긴 팔과 큰 손,타고난 신체적 조건과 유명한 소련 바이얼린 학교의 엄격한 지도, 피나는 노력이 빚어낸 스타가 「뮬로바」였다.
이날 밤의 레퍼터리는 바이얼린 연주자들 뿐 아니라 일반 청중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듯 하다. 「베토벤」 「슈베르트」 「브라운」등 독일음악가들의 예술적 명작으로 구성, 테크닉과 예술성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또 「생·상스」의 『서주와론도 카프릿치오』를 덤처럼 넣어 음악적 즐거움을 주었다.
긴 팔을 이용한 시원시원한 활 긋기, 뛰어난 테크닉, 기복이 심한 음악적 표현에도 흩어지지 않는 자세 등에서 『역시 그녀가 대가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브람스」에서의 금속성 같은 극적 표현, 「베토벤」에서 들러준 뚜렷한 템포 위에 나타내는 구성력 등은 놀라운 것이었다.
「슈베르트」 의 『환상곡』은 피아니스트와 가장 잘 조화된 연주였다.
다만 피아노가 일관된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벗어나 가끔 씩씩하고 강한 터치로 독일적 해석을 들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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