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중국 견인 위한 '세컨더리 보이콧'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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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양국의 외교수장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만나 대북 압박과 관련, 중국을 움직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 중 하나로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논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컨더리 보이콧 시행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접근 방안(joint approach)’을 심도 깊게 논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윤 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논의를 토대로 가까운 시일 내에 공동의 접근 방안을 구체화할 수 있는 협의를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당국자는 공동의 접근 방안 중 하나로 세컨더리 보이콧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게 만들기 위한 견인책이 무엇이 있을까를 논의하며 양 측이 여러 옵션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그 중에 세컨더리 보이콧 활용방안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미 간 고위급 회담에서 세컨더리 보이콧 문제가 직접적으로 논의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등 제재를 위반한 당사자를 처벌하는 프라이머리 제재와 달리 세컨더리 보이콧은 위반자와 거래하는 제3국 단체, 개인도 제재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기업, 개인이 타겟이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느냐는 질문에 “실질적으로 중국을 견인하거나 북한에게 아픈 실행가능한 조치가 있다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답했다. 특히 최근 미 워싱턴 조야에서는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권한인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조선광선은행과 불법거래를 한 훙샹산업개발을 미국이 제재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협력한 것을 두고 세컨더리 보이콧의 효용성을 의미하는 이른바 ‘훙샹 포뮬라(훙샹 공식)’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다고 외교가 소식통은 전했다.

하지만 미 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선제타격론 등은 이번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군사적 옵션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본=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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