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백악관 안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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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중앙포토]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아내 멜라니아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후에도 당분간 백악관으로 이사하지 않고 뉴욕 소재 자택 트럼프타워 펜트하우스에 머물 의향을 밝혔다.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나는 취임과 동시에 백악관으로 거처를 옮길 것이지만 멜라니아는 아들 배런(10)이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학기를 마치는 내년 여름까지 뉴욕에 남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인수위원회의 한 측근은 이날 뉴욕포스트에 "배런이 대선 기간 동안 많이 힘들어했다. 멜라니아는 배런이 겪고 있는 혼란을 최대한 줄여주고 싶어 한다"며 이사 연기 결정을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사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멜라니아가 아들의 학기가 끝난 뒤에 백악관 이사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와 멜라니아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 아들 배런은 현재 뉴욕의 어퍼 웨스트사이드 사립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측근들에게 "백악관에서 일주일에 며칠이나 근무해야 하느냐"고 묻는 등 취임 후에도 자택에서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내 왔다. 트럼프의 이날 발언으로 그가 백악관으로 이사할 것이라는 사실은 확인됐으나 가족이 뉴욕에 남아 있는 이상 매주 트럼프타워를 방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악관 비밀경호국과 뉴욕 경찰 당국은 번화한 맨해튼 도심 한가운데 있는 트럼프타워 경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호를 위해 트럼프타워 주변 도로를 통제하면서 인근 상가 매출이 감소하고 교통체증이 발생하는 등 주민들의 불편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상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백악관으로 이사하지 않은 퍼스트레이디는 멜라니아가 세 번째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아내 마사는 백악관이 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사하지 못했다. 9대 대통령 윌리엄 해리슨의 아내 애나는 해리슨이 취임 후 한달 만에 병으로 사망하는 바람에 백악관 생활을 하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내 미셸은 2009년 오바마의 취임을 앞두고 자녀 교육을 이유로 시카고 자택에 남는 것을 고려했으나 결국 취임 당일 자녀들과 함께 백악관으로 옮겼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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