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높은 열의가 일교육의 강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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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이 엄청난 대일무역적자에도 이를 헤쳐나가지 못하고있는 것은 미국의 기술이 어느새 일본에 추월당한 탓이며 이는 일본에 비해 교육체제가 엉성하고 국민의 교육열이 낮기 때문이라는 자성의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
이에따라 미국교육성과 일본문부성은 이달초 각기 상대국의 교육제도를 연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83년11월「레이건」미대통령과 「나카소네」일수상의 합의에 따라 시도된 평가보고서는 상대방 교육제도의 장단점을 흥미있게 분석하고 있다.
이와 때를 맞춰 미시사주간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리포트지도 양국간의 교육현실을 분석한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전반에 관한 획기적인 개선안 마련을 위해 85년 교육개혁심의회를 설치, 올해 말까지 32개 과제별로 각계의견을 수렴한 정책건의안을 만들게 된다.
타산지석으로 삼을수 있는 미일 양국의 교육평가보고서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의 보도내용을 간추려본다.
미국은 『일본교육의 획일성이 미국에는 바람직한 것은 못되지만 초·중등교육의 엄격함과 높은 교육열은 일본 경제성장에 그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미국의 교육제도가 기회균등과 다양성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평범한 수준에 불과해 일본으로서는 특별히 주목할만한 내용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양국간의 지식수준을 비교하면 일본학생의 고교졸업수준은 미국대학 3∼4학년 수준이며 일본 고교졸업생의 절반은 미전체 대학생의 평균지적수준과 대등할 정도로 높다는것.
또 일본은 미국의 절반밖에 안되는 연구에 비해 공업기술자의 배출은 미국보다 9%나 많으며 일본 공학박사 대부분은 미국서 학위를 받았다는 것이다.
일본 고교생중 90%가 졸업하는데 비해 미국 고교생은 4분의1가량이 중퇴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매년 1백만명이라는 신규 노동인구가 훈련부족인채 직장을 찾아나선다.
일본측은 이같은 현상을 『미국의 고교생들이 데이트·자동차운전·아르바이트등에 많은 시간을 뺏기는 것과는 달리 일본학생들은 장래 사회·경제적 성공여부를 결정한다는 각오로 공부에만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일본학생은 성적이 나쁘면 아예 대학진학을 꿈꾸지 않고 직업을 찾아 직업교육을 받는데 비해 미국은 고교만 졸업하면 웬만한 학생은 대학진학이 쉬우므로 일본에 비해 대학진학을 위한 학습열이 적어 미대학 신입생수준이 일본등 외국의 중3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일본은 자녀교육을 단순히 학교나 교사에 맡기지 않고 가정에서, 특히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맡아 일본교육의 성공요인이 되고있다.
미국 부모들이 자녀를 학교·교사에만 맡기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학부모의 자녀성적에 대한 견해도 서로 달라 미국 학부모는 『아이가 똑똑하면 좋은 성적을 낼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반면 일본 교육당국자나 학부모는 『모든 어린이들의 지능은 기본적으로 동등하다. 그래서 열심히 하는 아이가 우등생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일본의 어린이들은 이같은 부모들의 생각때문에 교육을 일찍 시작하고 3살만 되면 그림그리기·종이접기등을 배우게되며 4살부터 유치원에 다니며 글자를 배워 국민학교 입학생 90%가 이미 글자를 해독하고있다.
중학교 수업일수도 일본은 여름방학이 40일인데 미국은 3개월로 일본이 2백40일이고 미국은 2개월이나 적은 1백80일.
미국학생의 6세부터 18세까지의 12년간 평균 TV시청시간은 1만5천시간으로 학교수업시간 1만3천시간보다 2천시간이 더 많다.
일본은 교사수입이 국민 평균 개인소득의 2.4배, 미국은 1.7배가 되며 일본교사들은 미국교사보다 학생들로부터 더 높은 존경을 받는다.
이러한 점이 미국이 일본과 달리 경험있는 교사난을 겪게된 원인이 된다.
일본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투자도 미국보다 훨씬 많아 자녀 1인의 평균 과외교육비가 월1백달러, 중 2,3학년만 되면 일본학생 대부분은 학원이나 개인교수를 받아 방과후 학교운동장은 텅 비어버린다.
그러나 일본학생들은 대학진학후 4년간 해방감에 젖어 4년간의 대학교육을 마치면 대학원 진학률이 9명중 1명의 미국보다 뚝 떨어져 26명중 1명으로 바뀐다.
하지만 일본 대학생은 학부 4년간 전공분야가 많아 미국학생들이 대학원에서나 하게되는 공부를 미리 배우고 졸업한다.
일본의 공대졸업생수는 지난 55년부터 82년사이 8배가 증가, 지난해에는 7만3천6백명의 공학사가 탄생됐으나 미국은 겨우 3배가 늘어 지난해 6만7천4백명이 졸업하는데 그쳤다.
미국의 이같은 기술인력 부족은 교수인력 부족까지 겹쳐 빠른 시일내에 개선될 여지도 없다.
미국 각대학 공대교수 자리는 10%가 공석으로 남아있으며 대학에 따라서는 전자·컴퓨터등 주요학과 교수직 50%가 비어있는 곳도 있다.
미국대학원 공학박사 학위취득자 60%가 외국인이고 이들중 5분의3만 미국에 남고 그나마 일본인은 학위취득후 90%가 일본으로 돌아간다.
미국은 일본인들이 『개인적·사회적 자기발전수단으로 교육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에 조기교육에 높은 교육열을 갖고 있으나 대학교육엔 약점이 많아 대학교육에서 창의력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대로 일본은 미국인들이 『고교에서의 교과이수조건 완화, 운전자교육등 비학문적 선택과목에 많은 시간을 뺏겨 학력수준이 낮아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80년대에 들어서 고교수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획일주의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미국의 개성화를 지향하고 있으나 미국은 오히려 일본에서 문제시하고 있는 통일성을 개혁목표로 하고 있다고 양국의 평가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두나라의 평가보고서는 각각 두나라의 남은 과제는 『집단의 조화를 유지시키는 동시에 개인의 창조성을 어떻게 육성해나가느냐에 교육개혁의 성패가 달러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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