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불확실성 커지자 미국 증시도 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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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힐러리 대세론’이 막판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미국 증시가 위축되고 있다. 오는 8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 불안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1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지난달 31일 전날보다 5.62% 오른 17.08을 기록하며 엿새 연속 치솟았다.

‘월가 공포지수’ 엿새 연속 급상승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변동성 지수는 30일 동안 S&P500지수가 얼마나 변동할지를 예측한다. 이 지수가 17.08이란 얘기는 투자자들이 한 달간 S&P500지수가 약 17.08% 정도 등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의미다. 이 정도 변동성이라면 ‘증시가 오를지 내릴지’ 예측이 어려워 ‘투자 손실 공포감 확산→투자자들의 시장 이탈→증시 급락’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S&P500지수·나스닥지수는 모두 약세를 나타냈다.

공포지수가 급등한 것은 지난달 28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의 e메일 스캔들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당초 클린턴의 압승으로 흐르던 대선 판도는 초박빙 상황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31일 경제전문매체 IBD와 여론조사기관 TIPP가 실시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45%, 트럼프는 44%로 격차가 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씨티그룹은 보고서에서 FBI의 클린턴에 대한 재조사를 ‘블랙스완급(級)’ 이벤트라고 표현했다. 블랙스완은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한번 터지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사건을 뜻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레이더들이 클린턴이 승리할 것이라고 베팅하면서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며 “ 금리 인상 우려 등도 있지만 대선 불확실성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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