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짜리 항공기 거래 성사, 증권계 ‘다크호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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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직원들은 ‘수퍼 을’이다. 회사채 달라고 기업에 가서 허리 띄우고 굽히고, 기금 받자고 기관에 가서 머리 조아려야 한다. 그러나 ‘익스클루시브(exclusive) 오션’에서는 갑은 아니더라도 갑과 을 사이의 애매한, 사실상 갑의 위치에서 일할 수 있다.”

KTB투자증권 최석종 사장
“지금은 시장 불확실성 너무 커
원·외화 등 현금성 자산 늘려야”

최석종(55·사진) KTB투자증권 사장의 지론이다. 7월 취임 후 한 달 만에 1000억원 규모의 항공기 딜(거래)을 성사시키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를 최근 만났다. 교보증권 IB본부장을 역임하면서 회사를 적자 위기에서 구한 뒤 작지만 강한 증권사를 만들었다. 그를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이 스카우트했다. 최사장은 200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서 LG카드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배드뱅크 구조를 짰다. 2008년 NH농협증권에서는 건설사 미분양 적체 해소를 위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4000억원 발행해 건설사의 유동성을 지원한 공로로 기획재정부 표창을 받았다.

술 한 잔 못 마신다는 최 사장은 “예를 들어, 현대차가 회사채 발행하는 데 200개(억) 따 오는 게 뭐가 중요하냐”며 “경쟁은 치열한데 돈은 얼마 못 번다”고 말했다. 그는 “‘갑’의 고민에 대한 해법을 들고 가면 갑은 우리를 쓸 수밖에 없다”며 “이런 ‘익스클루시브 오션’을 찾아 창의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증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조원 넘게 불어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해외에서 국내 기관 투자자들 간에 가격 경쟁이 붙는 경우까지 생긴다며 경계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 호황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모 상품 출시 계획에 대해서는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KTB투자증권이 취급하는 상품 대부분이 대중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전문적인 분야의 상품이라는 이유에서다. 최 사장은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 등을 분양하는 것도 아니고 (KTB 같은)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인적 구조상 (공모 상품을 팔 만한) 여력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지금 유망한 투자 자산을 찍어달라는 부탁에는 “시장 전망은 전문 영역이 아니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는 “특정 자산이 유망하기 때문에 어디에 ‘몰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조언”이라며 “어떤 투자가 유행한다고 해서 휩쓸려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시장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에 현금성 자산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은 “현금성 자산은 원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최근 파운드화를 좀 샀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 자세한 내용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1358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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