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이른둥이 부모 62% “다음에 아이 낳기 두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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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의 24.6%는 2년 내에 다시 입원했다.

이른둥이(미숙아)를 낳은 부모의 62%는 다음 출산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조사(44%)보다 높다. 대한신생아학회가 지난 6~7월 전국 주요 병원에서 출산한 이른둥이 부모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의학계 리포트│ 대한신생아학회 1007명 조사 결과

이른둥이는 평균 임신 기간인 37주가 되기 전에 태어난 아이 혹은 출생 시 몸무게가 2.5㎏ 미만인 아이를 말한다. 고령 산모와 인공수정이 늘면서 이른둥이 출생은 출산율이 바닥을 기는 데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4년 2만1749명에서 2014년 2만9057명으로 7308명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생아 수는 49만3500명에서 43만5400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전체 신생아 중 이른둥이의 비율로 치면 2004년 4.6%에서 2014년 6.7%로 10년 새 46%나 증가했다.

이른둥이 출생률은 10년 새 46% 증가
이른둥이를 키우는 부모의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건강하게 태어난 아이와는 달리 신체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탓에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퇴원한 뒤에도 1년간 평균 27번이나 병원 외래를 찾아야 했다. 특히 이른둥이 4명 중 1명은 건강 상태가 나빠져 다시 입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입원의 61.0%가 7일 이상 입원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30일 이상 입원한 비율도 18.9%로 높게 나타났다.

의료비 역시 만만찮다. 이번 조사에선 이른둥이 가정의 절반(50.4%)이 의료비로 200만원 이상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만~500만원을 지출한 가정은 24.9%, 500만~1000만원을 지출한 가정은 13.0%였다. 1000만원 이상 지출한 가정도 12.6%나 됐다. 재태 기간 28주 미만 이른둥이는 의료비 부담이 훨씬 컸다. 의료비를 500만원 이상 지출한 가정이 37.0%였고, 1000만원 이상 지출한 가정도 21.7%에 달했다.

신생아 중환자실 퇴원 후에도 반복되는 입원과 치료에 대한 부담이 출산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실제 다음 출산을 꺼린다고 응답한 부모의 27.4%는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들었다. 태어난 이른둥이의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다음 출산을 포기한다는 부모는 14.7%였다. 김병일(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대한신생아학회장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여러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매년 늘어나는 이른둥이를 위한 정책은 미비한 만큼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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