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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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9대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선정해 미래 핵심산업으로 키운다 합니다. 취지, 내용, 대상 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습니까. 무슨 미래성장이니, 전략 프로젝트니, 하는 이름의 발표가 박근혜 정부에서만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2015년 3월에 19대 미래성장동력이 발표됐고, 그에 앞서 2014년 6월엔 13대 미래성장동력이 선정됐습니다. 그건 지금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요. 또 이명박 정부는 17대 신성장동력사업, 노무현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10대 산업을 육성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새 정권 들어서면 싹 갈아엎습니다.

무슨 성과가 있었는지, 실패했으면 무엇 때문인지 등에 대해선 아무도 챙겨보지 않습니다. 시간 지나면 무슨 새 사업인 양 포장해 또다시 발표합니다. 선정 기준도 치열한 고민을 거치기보다 유행 따라가는 듯합니다. 알파고 뜨니 인공지능, 포케몬고 뜨니 증강현실, 뭐 이런 식입니다. 이 역시 다음 정부에선 우선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대한민국 국가전략 사업은 그렇게 어디서 많이 본 듯 추진되고 있습니다.

모처럼 짜릿했습니다. 올림픽 남자 펜싱대표 박상영의 역전승 말입니다. 어제는 이변 탓에 우리의 기대주들이 무너졌다고 한숨을 쉬었는데, 오늘은 그 이변 덕에 우리의 언더독이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그의 민첩한 기술도 기술이지만, 정신력에 감탄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쉬는 시간에 혼잣말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중얼거리며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들 포기할 법한 위기에서 자신을 믿고 ‘할 수 있다’를 현실로 만든 박상영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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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시원한 승전보가 날아들어도 더위는 어쩔 수 없습니다. 누진제 폭탄이 요금 고지서의 숫자로 인쇄되기 시작했습니다. 더위로 보채는 갓난애가 애처로워 에어컨을 줄곧 틀었더니 평소 5만원 대였던 전기료가 73만원으로 뛰었다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아우성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이라는 분이 어제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은 하루 4시간 틀면 월 요금 1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말에 난리가 났습니다. 공무원들은 에어컨을 4시간만 틀고 사냐, 개·돼지는 하루 4시간이면 폭염을 견디나, 전등·냉장고·TV는 끄고 사나…. 더위에, 요금폭탄에,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선 국민들은 엘리트 공무원들의 망언폭탄까지 견뎌야 할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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