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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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의 공연예술계는 ▲많은 공연단체가 창단돼 ▲풍성한 공연무대를 가졌으며 ▲「우리것」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집약된다.
그러나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내실을 다지느냐가 공연예술계가 안은 과제다.

<음악>
우리나라의 첫 민간직업 교향악단인 코리언심퍼니를 비롯해 서울시립오페라단이 창단됐고 마산·강릉·춘천 시립교향악단이 잇달아 발족돼 지방교향악단시대가 열렸으며 호암아트홀이 중요한 공연예술장으로 눈부시게 등장했다.
또 오페라가 10여편씩이나 공연되는등 전국에서 약7백여회의 음악회가 열려 지난해에 비해 약20%의 양적증가를 보였다.
특히 올들어 음악계는 우리 창작음악과 현대음악에 대한 이론적 탐구와 연주활동이 활발했던 점이 주목된다. 김경숙·서우석씨등의 저술활동과 각 연구단체의 창작곡연주경향, 팬뮤직 페스티벌등이 두드러졌다.

<무용>
창무춤터가 개관되고 한국창작무용단등이 창단되는등 활발한 외형적 팽창을 보였다. 공연은 1백50여차례나 펼쳐져 어느해보다 풍성했다.
더우기 여성들만의 전유무대처럼 여겨져왔던 무용계에 남성무용수가 많이 등장했고 관객도 상당히 늘어 직업화의 가능성을 보인 한해였다.
평론가 이용구씨는 『우리 음악계는 올해 다진 창작음악 찾기 운동을 내년에 더욱 확산시켜 결실을 맺어야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무용계도 내년에는 더욱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정서의 충족감을 줄 수있는 직접적인 면모를 갖춰야겠다』고 말했다.
올해의 공연 예술계에서는 남·북한예술단 교류가 특기할만한 이벤트였다.

<연극>
두드러진 현상은 공연장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호암아트홀·크리스탈문화센터등 10여개가 문을 열어 모두 4개의 공연장이 자리잡았으며, 2백여편의 연극이 막올랐다.
풍성한 무대와 함께 총체극·마당극·청소년극·인형극·아동극·잔혹극등 형식의 다양화가 이루어졌으나 정통연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정체현상을 보였다.
뮤지컬의 수준이 향상되어『방황하는 별들』『캬바레』『지붕위의 바이얼린』『아가씨와 건달들』이 관객을 끌어모았다.
원로연극인 차범석씨는 『양적으로는 풍성했지만 질적으로는 빈약한 한해였다』며 『내년엔 올해의 결점인 건강한 상업주의의 퇴조, 실험정신의 결여, 요란한 겉치장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86년은 한국영화 60년사상 가장 혼란기를 맞을 것이다.
10년만에 영화법이 개정돼 제작자유화시대가 열린 반면 미국의 영화시장개방압력으로 우리영화와 외화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런 전환기 속에서 85년엔 에로영화가 그 어느해보다 범람, 앞으로 검열이 크게 강화되는 시련도 불어닥쳤다.
그러나 『깊고 푸른방』이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워 『좋은 작품은 외화이상으로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결국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드는 것만이 우리영화가 살아남을 길이라는 것은 내년에도 변함없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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