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의 금융정책건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은행인사의 자율화와 금리인하를 주장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금융정책 건의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우선 이 건의서는 정부의 새해 경제운용계획에 대응하여 86년 포화금융정책의 운용방침에대한 민간의 종합적 의견제시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실물경제를 직접 움직이는 경제인들의 의견제시는 언제나 정책검정과 수용과정으로 수렴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총량정책과 실물간의 괴리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이런 원칙적 문제를 논외로 치더라도 지난 1년의 통화·금융운용과 경기상황을 보건대 새해의 포화운용과 금융집행은 새로운 각도에서 재점검되고 개선돼야할 분야다. 올해포화는 연간총통화 9.5%증가를 골격으로한 긴축기조로 출발했으나 수출과 투자의 부진,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하반기부터 금융완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늘어난 유동성공급이 효율적으로 생산적투자와 연결되지 못한채 상당부분이 소비자금화하거나 은행저축으로 환류되는 경향이 강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추가자금공급의 상당부분이 부실기업의 운영자금이나 부도방지에 쓰여진 때문이지만 다튼 한편으로는 민간의 설비투자를 저해하는 경제안팎의 요인들이 많은 탓이기도 했다.
이런 여러 요인들로 인해 자금공급의 확대는 결과적으로 자금의 과부족현상 내지는 불균형과 편재현상을 낳음으로써 설비투자와 개체, 이에 따른 경기진작효과는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새해 경제의 최대당면과제는 조속한 민간투자회복과 실업해소인 만큼 자금공급의 방식과 루트를 재정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우선 경상성장율 11%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의 양적공급확대 못지 않게 실질금융비용을 낮추는 일이 필요하다.
안정기의 금리조건과 불황타개시의 금리조건이 같을 수는 없으며 특히 내년은 국제적인 금리인하추세가 예견되는 해이기도 하다.
금융의 량과 조건못지 않게 공급경로도 개선되고 이번 건의서의 지적대로 금융관행도 달라져야한다. 부실산업의 정리를 조속히 마무리지어 더 이상 재원의 누출을 막아야한다.
그래야만 금융의 생산성과 효율이 증대될 것이다. 지금처럼 배급금융·부실금융을 내년까지 지속하다가는 우선 무엇보다도 은행의 부실을 막을 수가 없게된다. 한은특융을 무한정 늘리더라도 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안된다.
더우기 지금은 금융산업의 개방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우리가 부실산업·부실금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한 외국금융과의 경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은행의 구실을 정상화하고 금융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은 이제 막바지고비에 와있는 셈이다.
부실금융과 은행부실화가 배급금융·관치금융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려할 때 은행의 구제는 보다 실질적인 은행자율화·경쟁화에서 실마리가 찾아져야 한다. 내년에 있을 1백여명의 은행인사도 그런 맥락에서 자율화폭이 넓어져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