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드컵서 떨친 황금주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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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LA올림픽에서 첫금메달을 획득한 한국복싱이 제4회 서울월드컵대회 (11월l∼6일)에서 세계강호로서의 위치를 단단히 굳혔다.
한국은 대륙간 대항전인 이대회에서 종합순위로는 유럽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나라별로는 금4·동메달5개로 소련 (금4·동1)을 제치고 1위를 마크했다.
월드컵대회는 비록 세계최강 쿠바가 빠졌지만 소련·동독등 동구강호들이 출전,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이래 8년만에 미소가 정면대결을 벌여 관심을 모았었다. 미소대결은 소련의 승리로 끝났으나 한국의 부상은 괄목할만 했다. 라이트플라이급의 오광수 (한국체대)밴텀급의 문성길 (목포대) 라이트웰터급의 김기택(수원대) 그리고 라이트미들급의 박시헌(경남대) 등 4명이 금메달의영예를 안았다.
이대회 최대의 스타는 베스트복서로 뽑힌 하드펀치 문성길. 특히 문은 결승전을 통쾌한 KO승으로 장식, 갈채를 받았다. 11월6일 잠실체육관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밴텀급경기는 이대회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문은 북미B팀의 「로드리게스」 (푸에르토리코) 와 결승서 맞섰다. 문은 초반부터 탱크와 같이 「로드리게스」를 밀어붙여 1회막판에 기어코 다운을 빼앗았다. 2회에들어 문은 공이 울리자마자 「로드리게슨 의 안면에 폭풍우펀치를 퍼부어 8초만에 KO승을 거둔것이다.
예선부터 3연속 KO승을 올리며 금메달을 목에 건것이다. 문성길이 이같이 중요한 결승전을 서두른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경기가 끝난후 라커룸으로 돌아와 기쁨보다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듯이 그는 전날 준결승에서 오른손 엄지손가락뼈에 금이가는 큰 부상을 입었다. 밤새도록 통증으로 잠을 못잔 문은 이날 마취주사를 맞고 비장한 각오로 링에 오른것이다.
복싱인들은 문성길이 멜번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송순천 이래 경량급에선 최고의 강타자라는데 이의가없다.·
문은 이 대회이후 프로복싱계로부터 끈질긴 유혹을 받았다. 국내 프러모터로부터 5천만원의 계약금을 제시받기도했다. 그러나 모든걸 뿌리치고 결국 아마에 남기로 결심을 굳혔다.
내년 세계선수권대회(5월·미국·리노)와 서울 아시안게임 (9월) 에서 복서생활의마지막을 장식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있다.
문은 부상이 낫지않아 12월에 벌어진 선수권대회에는 불참, 라이벌 허영모와의 대결은 내년으로 미뤄졌다.<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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