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마찰…「문서」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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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 수입규제 과장표현|문제 해결에 도움안돼>
한미무역마찰이 가열되는 가운데 미국정부는 지난11월2일 「한국시장은 개방되지 않았으며 미국시장은 폐쇄되지 않았다」는 제목의 선전 유인물을 작성, 한국언론기관에 배포했다 이에대해 한국의 해외협력위기획단은 최근 「미국의 대한통상정책-그 인식의 효과와 위험성」이라는 반박유인물을 만들어 미국의 관계기관 인사들에게 돌렸다 선전전의 양상을 띠고 있는 양측 유인물의 내용물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주】
「한국시장은 개방되지 않았으며 미국시장은 폐쇄되지 않았다」
무역상의 분규는 국가간의 긴밀하고 조화로운 관계에 마찰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최근에 일고있는 무역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목소리의 공개적 논의가 한국의 개발목표에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한 목소리는 우호적인 관계를 어렵게 만들뿐이다.
한국시장의 개방정도와 미국시장의 폐쇄정도에 대한 과장된 표현은 문제해결을 위한 논의와 이견을 사이좋게 효과적으로 해소할수있는 길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통상관계를 개선하자는 미국측 제안을 그것이 마치 한국의 주권에 대한 공격이나 되는것처럼 묘사하게 되면 양국간의 이성과 우의가 손상된다.
한미무역관계에서의 불균형이나 불공정성쯤은 가볍게 다루어야 한다는 제언은 미국을 비릇한 여타 자유세계국가들과의 교역에서 한국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말이다.
미국의 요구에 대해 한국민은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는가」를 자문하고 사태를 바로 잡도록 해야할것이다.
한국의 보도매체들이 「87.7%의 무역자유화를 했다」고 계속 말하는 것은 한국의 현행 무역제도 실상을 왜곡하는 것이며 많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한국의 무역자유화가 실제보다 훨씬 더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도록 오도하는 결과가 된다.
수입자율화율이 높아졌다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제한초치를 취하고있기 때문에 한국에 수출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분노를 자아내고있다. 이들은 한국의 약동하는 경제에 이끌렸다가 여러 가지 제한조치때문에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미국이 유독 한국만을 골라 예외적인 압력을 가하려는 것은 아니다.
미측견지에서 볼때 한미간의 무역패턴에는 문제들이 있다.
미국인들은 적절한 대가를 지불치 않고 미국의 지적재산을 사용하는 것을 절도행위로 간주하며 또한 미국상사들이 연구조사와 개발에 투입한 비용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데 대한 불평의 소리도 자주 들린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고 얻어맞을때 한국의 대미수출은 계속 늘었다.

<미압력, 침략으로 간주|잘검토않고 유죄 판결>
「미국의 대한통상정책- 그인식의 효과와 위험성」
한미간의 경제관계는 한국의 경제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미국정부가 압력을 넣는 식으로 시장개방을 요구한다면 이는 한국정부의 자유화추진계획을 방해할뿐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역적자가 미국정부의 과다한 재정적자와 낮은 저축율, 달러화의 고평가, 미국산업의 경쟁력저하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본질적으로 미국내의 문제를 가지고 무역상대국을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행위는 옳지 못하다.
약소국의 입장에서는 강대국의 압력이 때로는 침략이나 간섭으로 간주된다.
한국민은 역사상 외국의 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같은 압력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미국이 한국의 통상정책과 여론에 대해 유인물을 작성·배포한 것은 위험한 접근방식이며 한국인의 성격중 가장 민감한 신경을 건드린 것이다.
한국은 세계 제4위의 외채국이고 아직도 무역적자가 계속 되고있으며 과중한 방위비부담을 안고있는등 정치 경제적 제약조건을 안고있다.
또하나의 중요한 제약은 정부의 시장 개방계획에 대한 한국내의 반대여론이다.
그러나 그같은 반대여론은 미국정부가 보고 있는것처럼 한국정부의 여론조작에서 비롯된 것은 결코 아니며 외국의 지배를 받아 본 경험에서 또 다른 나라가 한국경제의 향방을 좌우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생겨난 것이다.
미국시장 역시 상당한 수준의 수입규제가 자행되고있으며 이런 수입규제중 가까운 시일내에 제거되기 어려운 것이 많다고 우리는 본다.
미국은 해상구조물등 한국의 철강제품에 중대한 공정거래 침해행위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반덤핑판결을 내렸으며 앨범에 대해서도 미국의 법률전통에 맞지않게 한국측이 만든 서류도 검토하지 않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는 법정신보다 법조문에 얽매인 판결이며 정치적인 반발을 무시한 거칠고 윤리적으로도 의문스러운 판결이다.
한국정부도 미국정부처럼 보호주의를 요구하는 국내의 요구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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