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구등 동계종목 선수들은 서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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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제 곧 졸업인데 걱정이예요. 남들은 머리 싸매고 공부해도 취직시험에 떨어지는 판인데-.』
2일 전국종합 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가 벌어지고 있던 태릉실내링크.
얼음가루. 날리는 관람석이 텅 비어있어서 인지 더욱 썰렁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연세대선수인 아들의 경기 모습을 지겨보던 어머니 A씨는 이같은 푸념을 늘어놓으면서도태릉에 합숙훈련중인 아들에게 갈아입힐 속옷 보따리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중학교때부터 아이스하키에만 정신이 팔려 강화훈련이다, 합숙훈련이다 돌아다녔으니 책한줄 제대로 읽었겠어요? 운동한다 할때 기를쓰고 말렸어야 했는데-.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게 곧잘 하는것이 대견해서 뒷바라지도 나름대로는 열심히했지만-.』
10년 가까이 혼신의 정열을 다하고도 실업팀 하나없는 현실 앞에서 이제 그만스틱을 놓아야 하는 아들이 안스럽다고 했다.
운동은 뒷전으로 돌리고 공부에만 전념했던 아들의 친구들을 볼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든다고 했다.
『차라리 축구나 야구같은 인기스포츠를 택하게 했더라면 좋았을걸 그랬어요. 최소한 취업걱정은 안하잖아요』
인기스포츠의 경우 졸업을 2∼3년 앞두고도 돈뭉치를 싸들고 다니며 스카우트에 혈안이 되어있는 것이 체육계의 풍토.
반면 아이스하키를 비롯, 동계종목은 실업팀이 없어 국가대표 에이스라도 대학졸업과 동시에 선수생활을 청산해야 한다.
『대학교 3학년만 되면 팀을 떠나려고 합니다. 살 길을 찾겠다는 것이죠. 운동하나에만 전념할수 없는 선수들한테 어떻게 국제대회에서의 좋은 성적을 기대할수 있겠읍니까』 라고 말한 한 아이스하키선수는 『그러나 내년3월 제1회동계아시안게임에서 만약 북한에라도 졌다고해 봅시다. 아마 비난은 우리가 독차지하게될 겁니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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