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직자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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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사회 구석구석엔 그래도 자기직분에 성실한 청백의 공직자들이 숨어있다. 국민들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안도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3일 중앙일보와 내무부가 마련한 청백봉사상은 그런 숨은 공복들을 찾아내 시상하는데 뜻이있다.
말하자면 이들은 공직사회의 「별난 사람」 들이며 누가 뭐라하든 희생과 봉사로 꾸준히 봉직해온 역군들이다.
누가 시켜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한것도 아니고 살림이 넉넉해서 남을 도운것도 아니다. 오로지 성실과 염직을 자랑삼아 맡은바 직분을 다하며 사회에 헌신한 공직자들이다.
수상자들 가운데는 의족의 불편한 몸을 무릅쓰고 서로가 꺼리는 청소업무만 22년동안 충실히 해온 공무원도 있고 어떤 수상자는 박봉으로 11년동안 야간학교를 운영하며 불우청소년들을 뒷바라지해왔다.
또 다른 수상자 가운데는 자신의 선행이 공무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할일을 한 것 뿐이라며 표창받기를 사양하기도 했고 미담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조차 싫어한 공무원도 있었다.
사회가 혼탁하고 선·악의 구별이 어렵다고들하는 요즘의 세태에서 이러한 공복들이야말로 흙속에 묻힌 진주라해도 지나침이 없을것이다.
스스로 걸어오는 문제학생을 서로 부둥켜안고 아귀다툼하며 공적을 독점하려는 풍토에 비견한다면 이들의 청결한 자세와 몸가짐은 더할수 없이 빛나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해마다 숨은 일꾼들을 뽑아 표창하고 조촐한 잔치를 베풀어 주는것은 이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보람과 영광을 안겨주자는데만 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다.
공직사회에 보다 참다운 공직자상을 심어주어 수상자들을 본받는 또다른 일꾼들을 배출해 확산시키자는데 더 큰 뜻을 두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과거와는 달리 다양해짐으로써 행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하나 아직도 국민생활에 직·간접으로 미치는 영향이 적지않다.
더구나 선진국을 지향하면서 모든면에서 앞서가야할 우리의 처지로서는 행정의 기능이 어떠해야한다는 것쯤은 긴 설명이 필요하지않다.
무엇보다 국민을 위한 국민의 행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행정을 운영하는 주인공들이 다름아닌 공무원들이라는 사실을 상기할때 이들의 생각과 행동에 따라 행정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공직사회에는 봉사하는 자세보다 군림하려는 구석이 남아있고 상급자에게만 신경을 쓰고 대민서비스에는 소홀히 하는 경향이 없지않다. 뿐만 아니라 일부 공무원가운데는 직권을 이용해 부정을 저지르거나 국민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어 전체공무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민관의 화합을 깨뜨리는 일도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때 이번에 수상한 숨은 공복들은 더없이 소중하고 이들의 발자취가 좋은 귀감이 된다.
정의로운 사회의 구현을 행정의 지표로 삼고있는 정부로서는 이들 수상자들에게 1계급 특진이나 위로잔치정도에서 그치지말고 숨은 일꾼들의 정신을 더욱 가꾸고 확산시키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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