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고」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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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신문 사회면에는 1단짜리 현상수배 기사가 자주 보인다.
어느 대학의 무슨 학생단체위원장을 수배한다는 내용이다. 1백만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
학생 수배가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상금이 7백만원까지 올라갔던 일도 있다. 한때 현상수배를 당했던 학생은 지금 어엿한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다.
물론 현상수배가 학생만 대상일리는 없다. 경찰서나 파출소앞엔 으례 각종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의 얼굴이 보인다.
그러나 사진의 인물은 살인범이나 은행갱등 흉악범이 아니고 무슨무슨 단체 소속원이 되는 때가 많다.
서부영화에는 현상금을 노리는 직업 추적자가 많이 등장한다.
그는 범법자는 아니지만 결코 좋은 인상을 주는 인간은 아니다.
그의 여장에는 언제나 수배자 광고가 한 뭉치씩 들어 있다. 『현상수배,생사불문』(Wanted:dead or alive)란 문투는 너무 몰인간적이다. 현상금을 노리고 도망자들을 찾아다니는 직업적 총갑이는 범인보다 더 냉혹해 보인다. 영화 『막둔티 킬러』가 그걸 주제로 했다. 인간 사냥개의 충보성과 황금추구의 맹목이 무서움을 실어다 준다.
『서부악인전』이란 영화도 있다. 「리·밴·클리픈 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몰인정이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년전에 대도 조세형사건도 있었다. 그는 재판도중 탈주해서 현상이 붙어 있었다. 현상금도 어마어마했다. 모두 1천만원. 경찰에 잘 잡혀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몸엔 엄청난 상금이 걸렸었다.
그때 조세형을 밀고하여 아파트까지 탄 청년은 같은 감방의 동료였다.
현상수배 공개수사의 성과가 큰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그 부작용이 더 클수도 있다. 상금을 노리는 직업 추적자가 있는 세상은 결코 좋은 세상은 아니다. 밀고가 많은 사회는 두려운 사회다. 「비어스」의 『악마의 사전』에는 그「무정한」사람을 『자기 이외의 사람에게 재난이 있을 때 이를 감내할만큼 모진정신읕 혜택받은 사람』 이라고 빈정거렸다.
범법자를 갑는 것도 좋지만 무탁대고 돈을 걸어 밀고를 권장하는 풍토는 달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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