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식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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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미국에서 들려오는「아이아코카」크라이슬러회장의 성난목소리는 바로 미일 무역전쟁의 대포소리를 듣는것 같다
지난 3일 명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졸업식 연설에서 그는대일 무역불균형의 문제를 지적하며『오늘의 미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군사적으로 세계의 최강국, 경제적으로 GNP(국민총생산) 3조달러가 넘는정부국, 과학문명으로 최첨단 기술국, 이념적으로 서방세계의지도국-, 바로 그「아메리카합중국」이 일본의 식민지라니, 기가막힌 얘기다.
「아이아고카」의 논리는 간명하다 일본은 미국에 승용차, 트럭, 비디오, 레코더(VTR)를 수출하고, 미국은 일본에 옥수수,콩,석탄을 수출하는 현실을 보라는 것이다.
19세기 제국주의적 논리로는 원재료와 식량을 공급하고, 반대로 공산품을 공급받는 쪽이 꼼짝없이 식민지다. 바로 우리와 일본이 그렇지 않았는가.
요즘의 정치용어를 빌면 미국은 일본의「종속국」인 셈인가.
MIT졸업생 1천7백명 앞에서그래도 분을 참지못한「아이아코카」는 미국 자신의 종아리에 채찍을들었다.
『우리 선조가 세워서 물려준「언덕 위의 장려한 저택」이 지금은 1조7천억달러의 저당에 잡혀 있다다.』
1조7천억달러는 미국의 재정적자누계다.
『…여러분을 그 적자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워싱턴 패거리들(정치인)을 꾸짖으시오. 18세기적 무역원칙의 희생자로 만든 공론가들에게 화를 내십시오. 지금이라도 아메리카에 채찍을 드시오!』
지난해 일본의 대외순자산(채권)은 7백43억달러, 올해는 1천억달러로 추정된다. 대미 무역흑자는 3백70억달러.
미국은 거꾸로다. 올해는 채권국에서 적자국으로 전락한다고「레이건」대통령 자신이 의회에 제출한86년 예산안에서 밝혔다. 제1차세계대전 후인 1919년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올해 미국의 대외자산은 9천5백억달러, 대외 빚은 l조달러를 넘는다.
물론 미국은 파산할 나라는아니다. 국부의 바탕이 든든하고, 기술과 경제운영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인재의 축적을 그리 간단히볼수 없다.
그보다도「아이아코카」」같은 인물의 애국론이 그처럼 천둥을 치는데, 그 자체가 미국의 자생력, 미국의 노력으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세계가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의 얼굴이 아니라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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