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높아도 「입장천명」에 그칠듯|본시합 벌이게 될 개원국회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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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곡절 끝에 열리게 된 12대의 첫 국회는 개원 협상에서 보인 민정·신민당간의 새로운 위상찾기 게임이 그대로 연속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개원전 협상이 씨름의 샅바 싸움이라면 이번 국회는 본 시합에 해당된다.
때문에 개원 임시국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곧 12대 국회의 모습과 속성을 상당 부분 점치게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신민당이 어떤 문제를 어떤 각오와 방법에서 제기해 추구하느냐와 이에 대한 민정당의 대응논리와 자세는 새로운 여야 관계의 패턴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신민당은 무엇보다도 강경·선명야당으로서의 이미지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11대의 민한당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는데 가장 신경을 쓴 눈치다. 아직 구체적으로 개원 국회에서 무엇을 따지고 어떤 정치적 소득을 얻어낸다는 원내 전략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소속의원 1백2명 대부분이 장기간 정치 규제에 묶여 있었거나 험난한 오랜 야당생활을 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등원 첫 발언등이 다분히 높은 수위로 오를 가능성이 많다.
이에 대응하는 민정당 측도 종전처럼 고식적인 정부 옹호발언이나 여론에 둔감한, 테마로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나름대로의 현실 진단과 강력 야당에 대결해야 한다는 의식, 지난 선거와 각계와의 접촉등에서 얻어진 감각이 있기 때문에 국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11대보다는 다소 높아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볼때 개원국회는 일단 「활성화」할 것만은 분명하다. 또 국정과 현실 진단에 있어 여야의 시각과 처방의 차이가 이번 기회에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신민당은 선명성을 보이되 광주사태나 개헌문제 같은 것을 초장부터 바로 정식 제기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현실의 여러가지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런문제들은 결국 민주화와 개헌이 이뤄져야 해결되고 정상화 될 것이라는 논리로 나올 것 같다.
학원·노사·인권문제 등이 신민당의 주요 관심사이며 외채문제, 계층간·지역간 불균형 문제등도 많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신민당이 집중적인 정치 공세를 열 이슈로 잡고 있는 것은 선거부정, 김대중씨등의 사면 복권, 구속자 석방 문제등이다.
선거부정 문제는 재발방지와 제도개선의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자는 분위기인데, 선거가 끝난지 3개월이 지났다는 시차 때문에 시의성에 문제가 있으며 민정당도 이에 대해서는 반격 자료를 준비해 놓고 있다.
김대중씨등의 사면·복권과 구속자 석방은 본회의와 상임위 질의를 통해 강한 톤으로 추궁하겠지만 민정당이 광주사태와 더불어 이 문제를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논의」 이상의 해결이나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 모두가 가장 고심하고 있는 것은 광주사태. 신민당은 선거 공약대로 국회에 진상 조사위 구성을 제의한다는 방침이지만 시기 선택에 있어서는 아직 신중한 자세다. 신민당안에도 이 문제는 책임 추궁이나 진상 조사등 여당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 위령탑 설립문제등 점진적으로 구체적인 것을 얻어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이밖에 국회법 언기법·노동관계법·집시법등 이른바 개혁입법의 개폐에 대해서는 여당도 다소 신축성이 있다. 개중에는 보완 발전시켜야 할것도 있고 또 입법 당시와는 상황이 바뀐 것이 있어 법률적 차원서 접근해 오면 응하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이것도 제5공화국의 정통성과 결부시키면 어렵다는 것이다.
노사관계, 학원문제, 부실기업정리 문제, 그밖의 민생 문제는 여야 함께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이슈들이며 부실기업 정리를 위한 조감법 개정등은 시급한 과제다.
이렇게 볼때 이번 개원 국회는 여야의 시국관과 중요 현안들에 대한 입장 천명이 우선할 공산이 크며, 여야토론과 절충에 의해 구체적인 사안이 해결될 것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정반대의 입장에 서거나 논리의 접근이 불가능한 문제들을 충돌하지 않고 유예시키거나 넘기려면 이번 국회는 장내 토론 못지않게 막후 절충이 활발해 질 것 같다.
개원협상에서 민정당은 11대때와는 다른 새로운 상대를 만나 막후 대화의 효험을 본 바 있다.
신민당은 대여 관계 외에도 재야와 학생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장외의 목소리를 장내로 수렴하는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신민당이 특정 국무위원의 해임안을 낼 가능성도 있으며 이슈마다 산발적으로 원색·극한 대립이 속출할지도 모른다.
요컨대 개원국회는 여야가 새로운 상대방을 피부와 육성으로 직접 확인하고, 국정과 정치의 이모저모가 새정계에 의해 초벌 진단되고 평가받는 기회가 되는 셈이다. <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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