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기 KT배 왕위전'소리 없는 대실착, 164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39기 KT배 왕위전
[제9보 (152~174)]
黑 . 서중휘 7단 白 . 김남훈 6단

얼마 전 50대의 최욱관씨가 전국아마대회에서 우승해 화제가 됐었다. 원래 그는 프로기사였다. 38년 전, 휘문고 재학 중에 프로가 되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머리를 다쳐 활동을 접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 간혹 아마대회에서 그의 이름이 보였으나 누구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부산의 전국아마최고위전에서 연구생 1조 출신의 강자 김정수 6단을 꺾고 우승했다. 이 결승국은 월간 바둑지에 '전 프로 3단'대 '연구생 1조 출신'의 대결로 소개됐다. 연구생 출신이 아마바둑을 휩쓰는 지금, 프로세계를 떠난 지 30년이나 지난 노장이 우승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형세가 급박하게 좁혀져 가는 상황에서 아주 희미한 실착이 등장했다. 바로 우하귀 164의 절단이다. 초읽기에 몰리자 시간 연장책으로 둔 수인데 이 수는 소리없이 손해를 보고 있다. 한 집일까. 두 집일까. 혹은 그 사이일까. 아무튼 보통 때 같으면 눈감아줄 수 있는 수지만 지금 미세하게 얽혀 가는 판세에서 이 수가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164는 장차 A에 두는 수를 없앴다. '참고도 1'을 보면 이 수의 가치가 증명된다. 즉 1까지 달려가는 비마 끝내기가 보통 때는 후수지만 지금은 선수가 되는 것이다.

'참고도 2'에서 백?가 놓였는데도 흑이 손을 빼면 백 1의 맥점을 당한다. 흑 2는 백 3으로 파탄이므로 흑은 물러설 수밖에 없는데 그 크기는 선수 3집. 선수 3집이면 6집과 맞먹는 것이므로 끝내기 단계에선 결정타라 할 수 있다. 실전의 164는 이런 권리를 스스로 포기했는데 그 바람에 형세는 드디어 눈 터지는 반집 승부가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