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달러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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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GNP 2천달러 시대의 문이 열렸다. 22일 한은이 발표한 84년의 우리 국민 1인당 소득이 1천9백98달러였다.
그것은 우리 돈으로 l백61만3백54원. 83년의 1천8백84달러에 비해 1백14달려가 늘어난 것이다.
우리의 85년은 틀림없이 2천달러가 훨씬 넘는 시대가 된다.
1인당 GNP 2천달러를 국가사회발전의 한 고비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일본이 1인당 GNP가 2천달러에 육박한 것은 1970년이었다. 정확한 수치는 l천9백65달러.
그러나 그때 GNP의 성장과 국제경제력의 강화라고 하는 대의명분이 국민적 목표로서의 세득력을 잃는 사태가 일어났다.
「탈GNP시대」가 고창된 것이 바로 그때였다.
경제발전이란 목적아래 희생되어 왔던 인간의 욕구충족 요구들이 한꺼번에 폭발하기 시작했다.
낮은 사회보장에도 참고, 공해도 인정하고, 통근지옥에 시달리는 것도 참고, 주완부족이나 긴 노동시간마저 견뎌 왔던 일본인들이 이때를 계기로 그런 고통에 회의를 갖기 시작했다.
그때 일본사회에서 범죄가 많았던 것도 인상적이다. 권업은행 대삼지점의 살인강도를 비롯하여 소년유괴살인, 8명의 여인 유괴살인 등 끔찍한 사건이 잇따랐다. 범죄만이 아니라 각종 재해와 사고, 대학데모가 많아진 것은 물론이다.
「인간의 복지」라는 차원을 들고 나오게 된 것도 이때였다.
『의식이 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것은 관자의 이야기지만 일본인의 가치관 변화는 현저했다.
이는 마치 「토마스·만」의 『부덴브로크스가』 사람들의 가치관 변화를 보는 것 같았다.
l대가 돈을, 2대가 지위를, 그리고 3대가 예술과 인간성을 추구한 것은 인간 공통의 심리추세인 것 감다.
경제발전이 사회적 발전을 동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그에 따라 환경의 균형도, 국민복지의 추구도 활발해졌다.
그때 GNP는 국민총복지(GNW)로 대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진 것이다.
그런 과도기의 병리는 흔히 3D로 표현됐다. 부자의 과시(Demonstration)에 영향받아 빚 (Debt)을 내서라도 사치(De luxe)하는 풍조다.
그런 과정을 거쳐 일본은 84년에 1인부 GNP 1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91년에 3천달러, 2000년에 5천달러 수준에 이른다는 예상이다.
우리의 미래는 2천달러에 들어선 지금 얼마나 신중하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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