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 핵실험 뒤 첫 회담…“북한에 큰 압박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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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당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 주 세인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환영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워싱턴=김성룡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약 6시간 동안 정상 회동 일정 4개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했다. 한·미 정상회담→한·미·일 정상회의→한·일 정상회담→한·중 정상회담 순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는 두 번씩이나 만났다.

중국이 회담에 더 적극적인 태도
한때 엇박자 양국 관계 복원 의미

정부 당국자는 “다른 양자 현안에 주의가 분산되지 않고 집중력 있게, 밀도 높은 북핵 대응 논의를 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는 한·미·일 정상이 한자리에서 북한에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보낸 언론 발표 행사에 쏟아졌다.

하지만 복수의 당국자들은 지난 1월 6일 북한 4차 핵실험 후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첫 회담이 갖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외교부 핵심 당국자는 “지난 2월 5일 두 정상의 통화와 중국이 동참한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도출에 이어 이번에 두 정상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북한 핵 문제를 논의했다는 자체만으로 북한엔 큰 압박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현 시점과 상황에 비춰 북핵 문제 해결에 중요한 모멘텀(계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중 정상회담은 양측 모두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중국 측에서 먼저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때 이견을 표출했던 한·중 관계가 이전처럼 복원됐다는 의미가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서 중국의 제재 동참을 확인하기 위한 회담이었다”며 “다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나 평화협정 문제 등은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상급에서 핵안보를 논의하는 이번 회의에서 북핵 문제가 크게 부각되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번 회의엔 52개 국가 지도자 및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했다. 러시아는 불참했다. 이 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로 2010년 시작돼 격년으로 개최됐다. 이번 4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정상회의 프로세스는 마무리되고, 향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각료급 핵안보 국제회의에서 세부 계획 이행을 맡게 된다.

박 대통령은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선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 핵물질이 테러 집단에 넘어갈 우려 등을 제기했다. 이때도 한·미·일 정상회의와 한·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박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에 앞서 첫 일정으로 시 주석을 만났다. 일본의 역사 왜곡 도발로 인해 한·중 대 일본의 갈등 구도가 만들어졌을 때다. 당시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모색했으며, 박 대통령의 통일 구상을 시 주석은 지지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북핵 논의를 주도했다.

이번엔 상황이 반대다. 북한의 도발로 인해 대화보다는 제재를 통한 핵 포기 압박으로 구도가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의 주안점은 모처럼 형성된 대북제재 공조 라인에서 이탈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독자 제재를 하는 미·일 등과의 견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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