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테러방지법 합의해 선거 일정 파탄 막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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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4월 13일로 예정된 20대 총선 일정이 정치권의 탐욕과 무법의식으로 헝클어지고 있다. 선거는 민주국가 성립의 헌법적 근거다. 선거일을 법률에 정한 것은 헌정 행위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여야가 선거 일정의 마지노선으로 합의한 29일까지 253곳 선거구획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 일고 있다. 선거구획정안 처리가 29일을 넘게 되면 재외국민투표자 명부 작성 등 기술적·실무적으로 법정시한 내 완료해야 하는 후속 조치들이 줄줄이 늦어져 총선을 제날짜에 치르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인데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벌이고 있고, 새누리당은 법안 협상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이런 장면은 여야가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무시하고 유권자인 국민을 우습게 보는 초법자(超法者)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우선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테러방지법안 처리다. 야당이 제기하는 법안의 문제점은 닷새간 필리버스터를 통해 국민들한테 충분히 전달됐다. 마침 정의화 국회의장은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안 가운데 특정인에 대한 통신제한조치(감청)의 목적을 ‘테러 방지를 위해’에서 ‘국가 안전 보장의 우려가 있는 경우 테러 방지를 위해’로 더 좁히는 중재안을 내놨다. 인권·사생활 침해의 소지를 더 줄이자는 취지다. 더민주의 이종걸 원내대표도 이를 받아들일 용의를 표시했다.

 더민주의 ‘정보수집권을 국정원에서 국민안전처로 넘겨야 한다’는 애초 주장은 국정원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발상이다. 새누리당은 선거 일정이 파탄 나면 야당보다 훨씬 더 큰 책임을 지게 된다는 엄중한 인식으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여야 합의안이 도출되면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즉시 중단하고 29일 선거구획정안 처리에 임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총선을 제날짜에 치르지 못하는 파탄적 사태가 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타협을 이뤄야 한다. 국민을 무시하는 국회는 반드시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