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골라주는 거울 … IoT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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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코엑스 럭키 슈에트 매장에서 20일 스마트 거울이 한 여성이 입어본 네 가지 코트를 보여주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의 일종인 이 거울은 손님이 고른 옷의 가격 정보는 물론 그 옷과 유사한 제품, 옷과 어울리는 액세서리까지 추천해준다. 인공지능(AI)까지 들어오면 스마트 거울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판단해주는 시대가 올 전망이다. [사진 박종근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의 여성 의류 브랜드 ‘럭키 슈에트’ 매장. 빨간색 줄무늬 티셔츠를 들고 스마트 거울 앞에 서니 가격·사이즈·재고 수량 같은 정보가 거울에 떴다. 같은 제품을 다른 색상으로 보여주고 옷에 어울릴 만한 모자·클러치백을 제안한다.

한국 신성장 동력 10 <5> 사물인터넷
4년 뒤 8500조 시장 열려
절대 강자 없는 무주공산
한국 인프라 미국 이어 2위
“센서기술 개발, IoT 선도를”

제품 옷걸이에 부착된 500원짜리 동전 크기 비콘(Beacon·근거리 무선통신장치)이 거울과 정보를 주고받아 가능한 서비스다. 또 거울 옆 옷걸이에서 옷을 꺼내니 이 옷을 꺼내본 고객의 수가 디스플레이에 비춰졌다.

 스마트 거울은 한국의 사물인터넷(IoT) 생태계가 긴밀히 움직여 탄생한 제품이다. 스마트 매장을 준비하던 코오롱FnC·코오롱베니트와 SQI소프트가 머리를 맞댔다.

디스플레이·센서 등 이를 현실화하는데 필요한 각 요소는 국내 대기업·중소기업 기술이 한데 모였다.

진열대·옷걸이 등도 IoT 기술로 정보 교환이 가능하다.

 “기원전 4500년 바퀴의 탄생, 1450년 금속활자의 등장에 비견될 기술 혁명이 다음 모퉁이에 와 있다.” 컨설팅 업체인 ‘IoT 애널리틱스’는 IoT의 도래를 이렇게 설명한다.

 IoT의 가능성은 응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는 데 있다. 몸 상태에 따라 하루 동안 필요한 물의 양을 알려주는 컵, 집 안 온도를 감지해 냉난방 시설에 정보를 보내는 벽지도 가능하다.

이런 ‘생활의 편리함’은 물론 에너지 고갈과 같은 인류 난제를 푸는 데도 IoT가 쓰인다. IoT 기술을 도시의 쓰레기통에 적용해 배출량을 통제할 수도 있다.

사물(Things)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단독으로 있을 때 제공하지 못했던 힘과 효용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정보기술(IT)은 10년 주기로 모멘텀을 제공하는데, 2020년대는 명실상부한 IoT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와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IoT 시장은 지난해 기준 2920억 달러(약 355조원)로 2020년엔 최대 7조 달러(8500조원)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꿈틀대는 ‘IoT 신대륙’을 차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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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IoT를 꽃피울 가능성이 큰 나라로 꼽힌다. IDC에 따르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보급률 등으로 따지는 ‘IoT 준비도’ 점수가 미국에 이어 세계 둘째다. 하지만 IoT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센서 기술은 미국과의 격차가 3년이나 된다.

홍현숙 인터넷진흥원 IoT 혁신센터장은 “IoT는 절대 강자가 없는 무주공산 시장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IoT를 선도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1999년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케빈 애슈턴이 처음 사용한 용어. 사물(Things)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을 지칭한다.

모든 것이 연결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IoE(Internet of Everything), 즉 ‘만물인터넷’이라는 용어가 쓰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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