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기억교실’ 또 논란 … 신입생 300명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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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철 사회부문 기자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숨진 안산시 단원고 2학년 4반 학생 28명이 다니던 교실(지금은 ‘명예 3학년 4반’ 교실) 책상 위에는 숨진 학생들의 사진과 편지, 노란 리본, 꽃, 과자 등이 지금도 놓여 있다.

[현장에서]
“역사의 장” “교실부족 심각” 팽팽
유가족, 명예졸업 대신 방학식

 10일 오후 4시16분 이 교실에서 ‘겨울방학식’이 시작됐다. 유가족과 시민단체(‘세월호 304 잊지 않을게’) 관계자 등 30~60대 28명이 숨진 학생들의 이름표를 달고 ‘대리학생’ 역할을 맡았다. 사고 당시 숨진 김초원(여) 담임교사의 부친 김성욱(56)씨가 ‘1일 교사’를 맡았다. 출석체크를 시작하자 ‘대리학생’을 맡은 유가족들이 오열했고 교실 전체가 울음바다가 됐다.

 ‘4·16 기억교실’로 불리는 단원고 교실 10개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사고 당시 숨진 2학년 학생 250명을 위해 12일 명예졸업식이 예정됐지만 유가족들은 졸업식을 거부하고 방학식을 했다. ‘4·16 기억교실’ 존치 논란이 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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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 열린 ‘희생자를 위한 겨울방학식’에서 고(故)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씨(왼쪽)가 ‘1일 교사’로 나서 ‘대리학생’역을 맡은 한 시민과 포옹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경기도교육청은 단원고 정문 건너편에 부지를 마련해 지상 5층 규모의 가칭 ‘4·16 민주시민교육원’을 지어 기억교실을 옮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기억교실을 옮길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전 논란이 2014년 말 벌어졌을 때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명예졸업식까지 보존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명예졸업식을 이틀 앞둔 시점까지 아무런 결론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올해 신입생 12학급(300명)을 인가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다.

 올해까지는 3학년이 4개 교실만 사용했기에 임시방편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신입생을 수용하려면 단순 계산으로 최소 8개 교실이 필요하다. 이미 지난달 고교입학 원서접수를 끝내고 지난해 12월 3일 배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어 정원 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입생들의 수업 파행이 우려된다.

 단원고를 포함해 16개 고교는 단일 학군(모집정원 7330명)이어서 추첨으로 입학 고교를 결정하는 데 추첨을 앞두고 입학 대상자와 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예비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5·여)씨는 “‘기억교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가 단원고에 배정될 경우 이사를 가겠다는 주변 학부모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도 학습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교실을 정상화하자는 입장이다. 장기 단원고 운영위원장은 “희생의 안타까움을 기억할 방안을 속히 마련하고, 이제는 교실을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앞으로 단원고를 다닐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기억교실’을 참교육의 장으로 존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수철 사회부문 기자 park.sucheol@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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