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리 교수가 말하는 '사실은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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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리 교수가 10일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줄기세포가 최소한 몇 개는 존재할 거라고 끝까지 믿었습니다. 황우석 교수가 그 기술을 갖고 있다면 세계줄기세포허브와 환자들을 위해 황 교수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 해도 전 같은 행동을 했을 겁니다."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가 20여 일 만에 속내를 털어놓았다. YTN 기자와 동행해 미 피츠버그대에 있던 김선종 연구원을 만나 'PD수첩 취재윤리 논란'을 일으켰던 그는 지난달 16일 이후 언론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해 왔다. 11일 오전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에서 안 교수를 만났다.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12월 9일 서울대 노정혜 연구처장에게 논문의 진위 조사를 먼저 요청했다는데.

"11월에 PD수첩이나 제3의 언론기관에 맡겼다는 DNA 분석 결과를 들었을 때만 해도 시료가 오염돼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황 교수가 워낙 당당하게 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6일쯤 인터넷에 오른 사진과 DNA 지문 조작 의혹 관련 글을 보고 논문 데이터 조작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강성근 교수의 태도도 이상했다. 그래서 조사를 요청했다."

-그때 황 교수와의 관계도 완전히 끝낸 건가.

"공동연구는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황 교수의 주치의로서 당시 극심한 우울 증세를 보이던 환자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중엔 주치의마저 그만뒀다."

-줄기세포가 없다는 건 언제 알았나.

"서울대 조사위의 2차 발표(12월 29일) 전날에야 확실히 알게 됐다. 지난달 13일 밤 황 교수가 허브로 찾아왔을 때도 물어봤지만, 황 교수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며 일련의 상황을 매우 억울해 했다. 그래서 줄기세포의 존재는 믿었다."

-난자 윤리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는 황 교수를 의심하지 않았나.

"황 교수는 2004년 5월 네이처지 때문에 연구원의 난자 기증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황 교수의 태도가 불명확해서 화가 났었다. 그래서 황 교수가 첫 기자회견을 할 때 해외 출장을 핑계로 외국에 가 있었다. 미국 피츠버그에도 들러 P연구원을 만나려고 했지만 보지 못했다."

-미국에 다녀온 이후 다시 YTN기자와 함께 김선종 연구원을 만나러 가는 등 황 교수를 돕지 않았나.

"황 교수가 나보고 허브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니 꼭 도와 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 김 연구원은 PD수첩팀에게서 정말 강압적인 취재를 당했고 줄기세포는 자신이 분명 만들었다고 했다."

-2005년 난자 기증자가 안 교수에게 30만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황 교수가 난자 기증자 문제를 상의해 와서 2005년 1월 초 한양대 정규원 교수를 소개해 줬다. 정 교수가 만들어준 3단계의 엄격한 난자기증 절차 가운데 나는 1단계에서 공동연구자로서 기증자에게 동의서 내용을 읽어주는 역할을 했다. 황 교수 등이 실비 기준을 정해줬는데, 교통비 등을 포함해 개인 사정에 따라 30만~75만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황 교수가 내 사무실로 예탁해 놓은 돈을 내가 건네줬던 것이다. 그게 어떤 돈이었는지는 모른다."

김정수 기자

*** 바로잡습니다

1월 12일자 6면 '황우석 논문 조작 파문:안규리 교수가 말하는 사실은…'제목의 기사에서 "정(규원) 교수와 황 교수가 실비 기준도 정했는데" 부분을 "황 교수 등이 실비 기준을 정해줬는데"로 바로잡습니다. 안규리 서울대 의대 교수는 "2005년 초 난자 기증자에게 주었다는 30만원의 성격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사 내용과 같이 답했습니다. 그러나 정규원 한양대 법대 교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정 교수는 12일 "난자 기증자에 대한 실비 제공 문제는 황 교수와 논의한 적도 없다"며 "황 교수팀이 난자 기증자에게 30만원의 실비를 제공했다는 사실도 지난 주말 쯤에야 처음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안 교수에게 다시 확인한 결과 "황 교수가 다른 생명윤리학자와 논의했다는 걸 내가 착각했는지 모르겠다"며 "사실이 아니라면 정 교수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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