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절반’ LPG 중고차 연 5만대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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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승용차를 사용 후 5년이 지난 뒤 일반인에게도 판매를 허용하는 법률이 국회 통과됨에 따라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연간 LPG 차량 5만 대가 중고차 시장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2017년부터 일반인 판매 허용
연 7만대 사용기간 지나 퇴출
수출하던 차 내수로 전환 예상
중고차·렌터카 업계 수익 늘듯

 1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연간 4만8000대에 달하는 LPG 중고차 차량이 시중에 나올 것으로 집계했다. 그동안 장애인이나 국가 유공자 등 취약계층이 5년 이상 사용한 LPG 차량만 일반인에게 판매될 수 있었다. 택시회사가 쓴 LPG 차량은 일반인 판매가 막혀 절반 이상 폐차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택시 회사와 차량 대여(렌터카)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LPG 차량은 모두 43만대다. 이중 연간 7만7000대 정도가 사용 기간이 지나 퇴출된다. 법인 택시의 경우 퇴출 대상 차량 1만4000대 중 56%가 폐차됐고, 44%는 해외나 국내로 팔렸다. 산업부는 개정안이 2017년 시행될 경우 수출 차량은 모두 국내로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법인 택시와 개인택시, 렌터카까지 모두 합산하면 2017년부터 국내 시중에 나올 차량은 모두 4만8000대로 나타났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보다 국내로 팔리는 가격이 높은데다, 주행 거리가 짧은 렌터카는 더욱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LPG 차량의 가장 큰 장점은 기름값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시스템 오피넷(opinet.co.kr)에 따르면 11월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LPG(자동차용 부탄) 가격은 1L당 762원이다. 휘발유(1473.6원) 가격의 51% 수준이다. 2012년 가격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74.2%로 떨어졌지만 LPG는 이보다 더욱 큰 폭인 69.1%로 내려갔다. 박보영 한국석유공사 해외석유동향 팀장은 “미국이 지하 퇴적층에서 개발한 셰일가스 생산으로 LPG를 만드는 재료도 풍부해졌다”며 “셰일 가스 생산량을 유지한다면 LPG 원가 하락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중고차 판매 업체와 렌터카 업체 수익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상위 렌터카 업체는 전체 차량의 40%를 LPG 차량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기존에 휘발유 차량으로 개조해 팔던 방식에서 수리비를 절감할 수 있어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LPG 차량은 주로 중동에 판매됐는데 최근 그쪽 경기가 좋지 않다”며 “부진한 수출 실적도 줄이면서 내수도 살릴 수 있는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울상을 짓는 단체도 있다. 정유 업체는 휘발유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그동안 개정안 통과에 반대해왔다. LPG 사용이 늘어나면 휘발유처럼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장애인 단체도 반발했다.

  전체 340만대 규모인 중고차 시장에서 5만대 이하인 LPG 차량의 판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중고차 판매 업체 SK엔카 관계자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영향을 주겠지만 5년 동안 사용해 주행 거리가 길고, 전용 주유소가 적은데다 겨울에는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단점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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