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B-52 … 미국, 남중국해에 전략무기 ‘3단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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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구축함과 항공모함에 이어 전략폭격기까지 남중국해에 파견했다. 미 군사력을 상징하는 전략무기들을 잇따라 남중국해에 보냄으로써 중국의 인공섬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고 제해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기 위한 의도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해 남중국해 미·중 갈등은 해상에 이어 공중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 “인공섬 12해리 밖서 2대 비행”
이지스함·항모 이어 하늘서 시위
중국 지상 관제소, 2차례 경고
오바마, 내주 APEC서 이슈화 추진
중국 “민감 사안 말할 곳 아니다”

 미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간) “지난 주말 B-52 전략폭격기 2대가 남중국해 인공섬 주변 상공을 비행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더힐도 이날 빌 어번 국방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폭격기 2대는 8일과 9일 괌 기지를 출발해 남중국해 난사(南沙)군도(영어명 스프래틀리 군도) 근처의 국제 공역(空域)에서 일상적인 임무를 수행했다”고 전했다. 폭격기가 진입한 해역에는 중국의 난사군도 인공섬 주비자오(渚碧礁)가 있다. ‘하늘을 나는 요새(Stratofortress)’라는 애칭을 가진 B-52는 1952년 첫 운항 때부터 미국 핵 억지력의 핵심 전력이다. 이 폭격기는 핵폭탄을 중심으로 최대 32t의 무기를 실을 수 있다.

 어번 대변인은 “폭격기는 중국의 지상 관제소로부터 두 차례의 구두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비행 과정에서 국제법을 철저히 준수했으며 모두 사고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인공섬 12해리(22.2㎞) 이내 해역 상공은 비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지난 5일 핵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타고 남중국해를 순시하며 중국의 난사군도 인공섬 영유권 주장을 무시했다. 지난달 27일에는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라센이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주비자오 12해리 이내에 진입했다.

 중국은 13일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군은 최근 남중국해 지역을 관할하는 남해함대 항공병 부대 소속 젠(殲)-11B 전투기를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 융싱다오(永興島·우디섬)에 배치하며 실전 훈련을 벌였다. 지난달 말에는 광둥(廣東)성에 배치된 미사일 부대가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하며 미 군함의 남중국해 진입에 경고를 보냈다. 일부 중국 군 장성은 인공섬에 군대를 주둔시켜 미국에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항행의 자유를 구실로 남중국해를 군사화하고 다른 국가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위협하는 어떤 도발 행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며 “미국은 관련 군사 행위에 대한 의도를 더욱 당당하고 투명하게 밝히기를 바란다”고 비난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는 18~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일본·필리핀 등 우방 정상들과 만나 남중국해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며 중국을 압박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12일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인공섬 조성을 추진 중인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양국 정상이 남중국해에서 법치의 중요성에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전했다.

 미 국무부는 12일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남중국해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APEC은 민감한 문제를 논의하는 공간이 아니며 남중국해의 중국 영유권은 불변의 사실”이라며 반발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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