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엔PKO 지원 확대 … 병력 8000명 + 11억 달러 약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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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 유엔 방문 을 통해 중국의 3트랙 세계 전략을 분명히 했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하고, 미국과의 전방위 협력을 추진하며, 영토 주권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현상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유엔 연설서 중국 역할 제시
개도국에도 20억 달러 지원
민주·인권 후진국 오명 벗기

미국과는 전방위 협력 모색
이견 큰 해킹·영토분쟁에선
현상 유지 전략으로 대응

 첫째, 시 주석은 28일(현지시간) 제70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국제 가치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제·군사력 측면에서 구축한 주요 2개국(G2) 체제를 인류의 보편 가치 외교로 확대해 민주와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계산이다. 시 주석은 “평화·발전·공평·정의·민주·자유는 인류의 공동 가치이자 유엔의 숭고한 목표”라며 중국의 역할을 제시했다. 먼저 중국이 8000명 규모의 유엔평화유지군(PKO)을 조직해 평화 유지 메커니즘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현재 PKO로 활동하는 중국 병력(3000여 명)의 2.7배 규모다. 시 주석은 또 “5년 내 아프리카연합(AU)에 (평화 유지를 위해) 1억 달러(약 1200억원)의 군사 원조를 무상 제공하고 앞으로 10년간 중국·유엔 평화발전기금으로 1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중국을 포함해) 세계 50개가 넘는 국가가 총 3만 명 이상의 새로운 병력을 (PKO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며 중국의 평화 활동 강화를 확인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유엔에서 “ 항공 수송 지원과 자위대 간부 파견 등 (PKO) 공헌을 더 넓히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개도국 가난 퇴치와 여성 인권 카드도 꺼냈다. ▶향후 5년간 남남협력(개도국 협력)을 위한 6개 부문 100개 프로젝트에 20억 달러 지원 ▶유엔 여성기구에 1000만 달러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그러나 시 주석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민주와 인권 자유 보장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언급하지 않아 립서비스에 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둘째, 미국과의 전방위 협력 전략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29일 시 주석이 미국 방문으로 49개 항목에 대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 성과에는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 인식 공유와 사이버 범죄 퇴치를 위한 미·중 고위급 대화 신설, 미국으로부터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가입에 대한 지지 확보 등이 포함돼 있다.

 셋째, 미국과 이견이 있는 현안은 현상 유지 전략을 고수했다. 협력을 추구하되 이견은 남겨둔다는 중국 특유의 구동존이(求同存異) 외교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의 주권을 강조하며 협상을 거부했다. 또 사이버 해킹에 대한 미국의 경고에도 시 주석은 해킹 반대라는 원론적 입장만 강조하며 미국의 공격을 피하는 현상 유지 전략을 폈다.

시 주석은 지난 25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미·중)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거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어떤 행동도 반대한다”며 북핵 불용 방침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안보리 결의 이행을 촉구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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