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AFC, 가맹국에 플라티니 지지 강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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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FIFA 회장 선거 과정에서 AFC의 조직적인 부정행위 정황을 폭로한 정몽준 명예부회장. [뉴시스]

정몽준(64)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이 차기 FIFA 회장 선거와 관련해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거에 입후보한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부정 행위를 저지른 정황을 포착했다”며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셰이크 살만(50·바레인) AFC 회장이 최근 가맹국에 발송한 서류의 사본을 입수했다”며 이를 공개했다. 이 문서는 해당 국가의 축구협회가 차기 FIFA 회장 선거에서 플라티니 후보를 추천하고, 지지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힐 것을 주문하는 내용이다. ‘플라티니 회장 이외에 다른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다짐을 받는 내용도 있다. 정 명예부회장에 따르면 이 서류는 AFC가 대부분의 회원국에 보냈지만 한국과 요르단에만 보내지 않았다. 한국에선 정 명예부회장이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요르단에선 알리 빈 알 후세인(40) 왕자의 출마가 유력하다.

 정 명예부회장은 “FIFA 회장 선거 참여 및 투표 여부는 각국 축구협회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강요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FIFA 내규에 어긋난다”면서 “FIFA 운영규정 제24조 1항과 17조 1항을 위반한 이 사안에 대해 FIFA 사무국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엄정한 조사를 해 배후를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AFC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원국에도 같은 내용의 문서가 배포됐지만, CAF는 ‘부적절한 행위’라는 판단을 내려 이를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내년 2월 26일 치러질 차기 FIFA 회장 선거의 투표권을 갖고 있는 209개 회원국에는 AFC 46개국, CAF 54개국이 가입돼있다.

 정 명예부회장은 “지난달 31일 도메니코 스칼라 FIFA 선거관리위원장과 코넬 보르벨리 FIFA 윤리위원장에 공식 서한을 보내 살만 회장과 플라티니 회장의 관여 여부에 대해 조사를 촉구했다”면서 “FIFA가 현황을 파악한 뒤 이를 무효화하고, 관련자를 처벌할 것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장이나 도지사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시·도의원들에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추천서를 발송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플라티니 후보가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불법 지지선언문 강요 행위의 최대수혜자로서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식 조사에 앞서서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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