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사망현장] 사고도로 아직도 갓길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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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3일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 생일잔치에 가던 여중생 신효순.심미선양이 미군 무한궤도 차량에 치여 숨진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

두 소녀의 1주기를 앞두고 11일 찾아본 이 곳은 갓길도 없이 급커브 구간과 맞닿은 산비탈을 낀 편도 1차로 도로로 1년 전과 같았다. 도로폭이 좁아 대형 트럭과 버스가 중앙선을 아슬아슬하게 걸치며 통행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위태롭다. 마을 주민과 학생들이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아직도 걸어서 이곳을 지나고 있다.

경기도는 내년 2월 말까지 도로 폭을 2m 넓히고 폭 1.5m 인도를 설치하는 것과 동시에 급커브 구간을 곧게 펴기 위해 사고지점 일대 2.5㎞ 구간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현장과 접한 도로변 비탈에는 미 2사단 장병들의 성금으로 지난해 9월 세워진 높이 2m.폭 1.5m 크기 화강암 추모비가 서 있다. 추모비 앞에는 효순.미선양 1주기를 앞두고 이름모를 추모객들이 두고간 국화와 백합 등 수백송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비문 밑에 새겨진 '미 2사단 일동'이라는 글씨 위에는 회색 페인트가 뿌려져 있다.

효순양 집에서는 아버지 신현수(申鉉洙.50)씨가 유일한 유품으로 남은 앨범을 꺼내놓고 사생대회와 체육대회 상장을 내보이며 "효순이가 예체능에 소질이 있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申씨는 이어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며 "우리의 요구는 결코 반미가 아니며 정당한 주장"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미선양 아버지 심수보(沈洙輔.49)씨도 목소리를 높였다. 沈씨는 "미선이와 효순이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 및 정치인들은 SOFA를 개정하도록 미국 측에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沈씨는 또 지난달 30일 정부와 미군 측이 '훈련 안전조치 합의서'를 마련한 데 대해 "합의서 채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군 측이 합의내용을 성실히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막내딸 미선양의 사진을 꺼내보던 어머니 이옥자(李玉子.46)씨는 "두 아이들이 하늘나라에서 편히 쉴 수 있으려면 이 같은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양주=전익진 기자

<사진 설명 전문>
미군 무한궤도차량에 치여 숨진 여중생 사망 1주기를 이틀 앞둔 11일 고 심미선양의 부모인 심수보(中).이옥자(右)씨가 사고 현장 부근에 세워진 두 학생의 추모비 앞을 지나며 눈물짓고 있다. 왼쪽은 고 신효순양의 아버지 신현수씨.[양주=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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