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납치범 대처에 소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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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딸 유괴범과 격투를 벌이던 중 범인이 휘두른 칼에 찔려 숨진 정모(42)씨 유족이 "경찰의 허술한 검거 작전 때문에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다"며 반발하고 있다(본지 6월 10일자 6면).

정씨의 동생(40)은 10일 "지난 4일 입원 치료 중 잠시 의식을 회복한 고인이 가족들에게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며 "형님은 '딸이 무사하고 내가 회복돼서 다행이지만, 잘못됐다면 경찰의 조치에 대해 할 말이 많았을 것'이라며 경찰의 미숙한 대응에 분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숨진 정씨는 또 "범인이 돈 보따리를 챙긴 뒤 딸을 내려놓지 않고 달아나려고 하는데 경찰이 보이지 않아 다급한 마음에 범인 차를 들이받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동생 정씨는 "형님이 범인 차량을 추돌하고 달아나려는 범인을 제지하는 데 10여분이 걸렸다고 했는데 잠복 중인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경찰은 현장 후방 2백50m와 1백50m 지점에 각각 2명, 전방 5백m 지점에 7명이 승용차에 탄 채로 잠복하고 있었으나 격투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목포경찰서 이경수 수사과장은 "차량 추돌 소리가 들려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 잠복 형사들이 현장으로 달려갔으나 10~20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어서 미처 손을 쓸 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지방경찰청은 유족들의 주장과 출동 경찰관들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목포경찰서에 감찰반을 보내 경찰관들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는지를 조사 중이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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