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순간 마찰력 높여 백스핀 거는 역할…홈 깊이는 0.508㎜ 넘으면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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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원 기자

아이언이나 웨지의 헤드를 살펴보자. 가느다랗게 패인 선이 주욱 나 있다. 클럽 헤드면에 있는 이 줄은 왜 필요한 걸까. 클럽 헤드에 일정한 간격으로 파인 홈을 그루브(groove)라고 부른다. 웨지 뿐만 아니라 우드의 헤드에도 그루브가 있다.

그루브는 클럽으로 골프공을 맞히는 임팩트 순간, 마찰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공을 긁어 회전을 가함으로써 강한 백스핀을 만들어 낸다. 또 홈을 통해 잔디나 물기의 배출구 역할도 한다. 클럽 헤드에 그루브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프로골퍼들이 그린 위에 멋지게 공을 세우거나 백스핀을 넣는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루브는 감나무(퍼시몬)로 헤드를 만들던 시절에도 존재했다. 그러다가 단조 클럽이 등장하면서 아이언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초창기 그루브의 형태는 V자 형이었다. 단조 클럽의 특성상 V자 형태의 그루브로만 제작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미국의 PING사가 세계 최초로 주조 클럽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U자형 그루브가 탄생했다. 이 회사는 주조 방식으로 클럽 헤드를 먼저 만든 뒤 나중에 U자형 그루브를 새겨넣었다. U자형이 V자형에 비해 단면적이 넓기 때문에 스핀이 많이 걸린 것은 당연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클럽 메이커들은 헤드를 먼저 만든 뒤 그루브를 나중에 새겨넣는 게 아니라 아예 제작 단계에서부터 클럽 헤드에 만들어 넣었다.

1990년대 일부 브랜드들은 밀링 머신을 이용해 V자나 U자 형태가 아닌 각이 나 있는 스퀘어(ㄷ자를 눕힌 모습) 형태로 만들기 시작했다. V자나 U자에 비해 스퀘어 형태가 백스핀을 훨씬 더 많이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루브의 형태와 규격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 것은 80년대 중반부터다. V자형이냐 U자형이냐 하는 논쟁은 마침내 클럽 메이커와 골프룰을 관장하는 기관의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미국골프협회(USGA)는 2010년 그루브의 규격을 명시한 새로운 룰을 만들었다. USGA는 프로대회에선 스퀘어 형태(직각)의 그루브가 새겨진 클럽은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그루브의 규격까지 정했다. 로프트 25도 이상의 5번 아이언부터 웨지에 이르기까지 그루브의 홈 깊이는 0.508㎜를 넘어선 안 된다.

또 V자 형태의 그루브 각도는 82도로 규정했다. 그루브의 간격은 최소 그루브 넓이의 3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최근엔 V자 보다는 스퀘어 형태를 뭉뚝하게 깎아낸 U자 형태가 주류를 이룬다.

그루브는 페어웨이에서 샷을 할 때 보다 러프에서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프로골퍼들은 그루브의 형태와 규격에 민감하다. 그린 주변의 쇼트 게임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프로골프 대회의 특성상 공에 백스핀을 걸기 위해선 그루브의 역할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프로골퍼들은 웨지로 연습을 많이 해 그루브도 쉽게 닳는다. 그래서 6개월 마다 웨지를 교체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주말 골퍼들은 그루브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그래도 그린 주변에서 멋진 백스핀을 걸고 싶다면 최소한 1년 마다 웨지의 그루브를 점검해 보는 게 좋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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