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와 「적서」 구별 못한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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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책의 보급을 위하여 각종 기구에서 선정·추천하는 책들이 그 수준이 너무 높아 보급목적에 맞지 않는다. 이같은 현상은 책을 선정하는 기구에서 「엄숙주위」에 빠지는 성향이 생겨난 결과다.
책의 내용이 훌륭한 것을 꼽는 일과 일반독자의 독서를 의한 양서의 가이드를 위한 선정은 명백히 구별되어야 하며 우리의 도서선정 추천작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 구별이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이달의 청소년도서」 선정보급사업도 그 하나의 예다. 이 사업은 문예진흥원의 지원을 받아서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하고 있다. 운영위원회와 선정분과위원회를 두어 10이 월 평균 10종의 책소년을 위한 책으로 꼽는데 지금까지 3회 29권이 선정되었다. 선정된 도서는 종당 3백권을 사들여 공공도서관과 소년원·직업훈련원·근로청소년회관·불우청소년연맹·농아원· 공단도서관· 지방문화원에 보내 청소년들이 읽도록 하고있다.
여기에서 3회까지 선정된 책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도산 안창호」 「해동소학」 「백범일지」등 청소년들이 읽어 낼 수 있는 책이 있는 반면 「예술과 인간」「창조의 제8일」 「미리 가본 미래」 등 그 내용이 청소년, 특히 근로청소년이 읽기에는 너무 벅찬 것이 많다.
「예술과 인간」의 경우 그 책의 서문에 씌어있는 내용소개는 『미학적 사색이 일으킨 예술에 대한 고찰이며 예술을 성장시키고 명료화시키기 』 로 되어있다. 상당히 높은 예술·미학에 대한 소양을 지니지 않고는 읽기 어려운 책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 다양하게 출판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학교때 아동도서를 조금 읽다가 중 고등학교에 와서는 입시 지옥속에서 교과와 관계없는 일반도서를 읽는 학생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책의 출판이 어렵기는 하다. 따라서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선정자의 폭을 넓힐때 청소년을 위한 적서가 무엇인지를 가려낼 가능성은 커진다.
중, 고교육의 현장에 있는 사람이나 근로청소년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근로현장의 사람이 심사에 참여하는 것 등이 고려될수 있으리라고 출판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오늘의 책」 선정위원회에서 정하는 「오늘의 책」 도 일반인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것이 많다.
「조선전기호사림파연구」 「고려귀족사회와 노비」 「조선시대사원경제연구」 「조선전기토지제도사연구」 등의 책은 그 학문적 연구업적으로는 뛰어난 책이지만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벅찬 것이다.
출판관계자들은 이러한 책에 대한 평가작업이 각종 저작상등 딴 제도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며 독서운동의 일환이라는 성격이 강한「오늘의 책」 에서는 보다 일반적인 양서에 관심이 주어져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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