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9)제80화 한일회담(258)어업자원 조사수역구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3월3일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장관의 인사말은 양국이 이회담을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임하는가하는 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차균희장관은 『인류공동의 이익을 의해 어업자원 보존을 기해야한다는 최근의 국제통념과 추세에 비추어 충분한 배려하에 어업규제를 가하고 양국 어민이 상호 협력하면서 번영해 나갈수 있는회담이 되기 바란다』고 인사했다.
이어 「아까기」농상은 『양국관계의 개선이 어업문제의 해결에 달려있다는 중대한 책임을 통감, 일본측은 일본어업의 실태에 맞는 조업이 확보될 것을 전제로 한국의 어업 실정도 충분히 고려하여 그 발전에 대해서도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 고 응수했다.
이 문제에 관한한 우리가 피해자이면서도 우리입장은 묘하게수세였다.
따라서 차장관은 우리측이 어족보존및 어업규제폭에 역점을 둘 방침임을 선언했다.
이에비해 「아까기」 농상은 일본의 안전한 조업지대 확대의 확보에만 관심이 있다는 노골적인 저의를 감추지 않았다.
「아까기」 농상은 1년전 꼭 이맘때 1개월간 원용석당시 농림장관과 제1차 한일농상회담을 열고 영해 3해리 바깥에 12해리의 전관수역 설정문제등 여러면에서 상당한 의견접근을 쟁취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아주 자신있는 태도로 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역연했다.
우리측은 회담전 대책회의에서 이에 대비하고 있었다.
농상회담을앞둔 2월28일 일시 귀국한 나는 박대통령 주재의 관계장관회의등을 포함해 고위대책회의에 여러차례참석했다.
이같은 회의를 통해 우리측은 일단 차-「아까기」회담에서는 원-「아까기」 회담의 합의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처음부터 새로 교섭한다는자세로 임하기로 했다.
일본측이 방심하는 허를 통렬하게 찌름으로써 교섭의 주도권을 장악하자는 전술이었다.
나는 이 회의를 통해 평화선을 팔아먹었다는 세론을 우려해그동안 마련했던 복안을 제시했다.
『어업문제가 타결될 겅우 우리 정부가 평화선 철폐조치를 안한다손 치더라도 사실상 평화선이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없고 그로 말미암아 평화선을 청구권 몇푼에 팔아먹었다는 세론은 한층 합리화될지 모른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평화선이 존치되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이 갖게끔 방책이 강구돼야한다. 51년말 평화선 입안의 아이디어를 내고 52년초 그 선언 마련의 주무국장이었던 나로서는 평화선 때문에 국민들의 비판을 듣고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래서 곰곰 강구한 것이 전관수역·공동규제수역이 확정되면 그 전관수역 바깥에서 평화선간의 해역을 공동 어업자원 조사수역으로만들자는 방안이다.
일본측은 이를 강력히 반발할것이지만 어업자원보호의 명목으로 밀고나간다면 일본도 끝까지반대하지는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부는 국민들에게 결코 평화선을 팔아먹지 않았다고 납득시키게도 될수 있다』
나의 이같은 제안에 박대통령을 비롯해 관계장관들도 『그것 참묘안이다』 며 회담도중 적절할 때 제의토록 확정했다.
여담이지만 차장관은 회담에 입해 평화선을 팔아먹는다는 세론을 적지않이 의식, 결단을 내려야할 순간에 상당히 신중한 자세로 한발짝 물러서기까지 했던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차장관은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자신이 결단을 내려야할 때면 교회를 찾아가 울면서 하느님께 유리한 타결을 할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던 차장관의 이같은 기도사실이 일측에 알려져 정말 진실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망외의 소득을 얻기도했다. <계속>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