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4)제80화 한일회담(243) 회담재개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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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나와 「시이나」 일본외상은 11월25일 하오에 만나 12월3일 제7차한일회담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나는 「시이나」 외상에게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일본측이 회담재개에 성의를 보인다면 일본정부는 환경조성을 위해 일본어부와 어선을 석방할 용의가 있다』 고 발했다.
그러나 나는 『우리측의 이같은 전향적 자세에 대해 일본정부도 11척의 냉동운반어선의 대한수출금윤 조처를 조속히 풀고 1차산품의 대한수입 제한조처를 완화해야할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모처럼 조성된 현안 해결 분위기를 살려 양국간의 숙원을 매듭짓는다는 진지한 자세에서 12월초에 중단된 회담을 재개토록하자』 고 제의했다.
「시이나」 외상도 『이미 양국 수뇌부가 현안 해결을 결의한 이상 질질끌 필요가 없고, 또 귀국정부가 어부석방도 약속한 마당이니 12월초에 열되 재개되는 회담을 6차회담의 연장으로 할게 아니라 새로운 기분과 각오로 꼭 결실을 맺는다는 차원에서 7차회담으로 하는게 어떻겠느냐』 고 되받아 왔다.
내가 그렇게 제의할 태세였는데, 그가 먼저 그렇게 나와 우리는 쉽게 7차회담으로 새출발 한다는데 합의했다.
개회일자에 관해서도 가능하면 연내에 실무 차원의 교섭을 조금이라도 할수 있게 하는것이 있지 않겠느냐는 내제의에 「시이나」외상이 수긍해 12월3일 본회담 1차회의를 열기로 했다.
내가 이미 내정된 우리 대표단을 대략 설명하자 「시이나」 외상은 일본측에서는 6차회담 대표를 그대로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기본관계·어업·교포 법적지위등 3개분과위는 7일 이후에 열기로 합의했다.
「시이나」 외상은 『김대사가 요청한 경협관계는 관계 각성과도 협의해야 하므로 이 자리에서 딱부러지게 확답할수 없는 점을 양해해 달라』 고 말하고 『가능한한 연내에 김대사가 요청한 선에서 좋은 결실을 맺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고 약속했다.
나는 또『귀국해서 윤보선전대통령등 야당·영수들을 만나보니 일본정부의 태도에 대한 강한 의혹과 불신을 갖고 있는 것을 또한번 실감했다』 고 지적, 『외상께서 워성턴을 방문하고 귀국한 이후 서울을 방문해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우리 국민 감정을 크게 완화시켜 한일관계 정상화를 하는데 크나큰 밑거름이 될것』이라고 촉구했다.
「시이나」 외상은 이에 한참이나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하는 그 특유의 자세를 보이다가 이윽고 『귀측의 바람이 그렇게 집요하고 또 양국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니 그렇게 해보도록 하겠다』 고 어눌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이동원장관 명의의 초청장을 그 즉석에서 수교했다.
물론 그것은3개월이나 지난 후에 실현됐다.
한일양국 언론은 이날 회담결과를 의외라는 듯 대서특필했는데, 특히 일본언론들은 일제히 사실을 통해 「사또」 내각이 성급한 타결을 할까봐 우려된다는 투의 경고조 논조를 폈다.
정부는 27일 대표단 명단을 공식 발표하고 l2월1일 일본으로 출국시켰다.
정부는 또 12월2일 일본어부 16명의 석방을 통고했다.
새출발의 징조는 좋았다.
나는 큰짐을 하나 해결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뿐, 본회당에서 일본측과 어떻게 대결해서 국익을 최대한 확보하느냐에 골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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