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 '새우의 고래사냥'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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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신호제지 경영진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국일제지는 13일 경기도 평택시 영천관광호텔에서 열린 신호제지 임시주총에서 최우식 국일제지 사장 등 국일 측에서 내세운 후보 5명이 모두 사내 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또 신호제지의 옛 사주인 이순국 이사의 해임안은 68.96%로 가결됐다. 국일이 추천한 김경태씨도 68.97%의 찬성으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신호제지 경영진 측에서 추천한 이사후보 5명은 한표도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일제지는 새로 선임된 6명의 이사를 포함해 모두 12명의 이사 가운데 9명을 확보,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이날 임시주총은 신호제지 경영진 측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국일제지 측은 출석하지 않은 신호제지 우호지분을 기권 또는 반대표로 처리했다.

최우식 국일제지 사장은 "현 경영진의 우호지분을 반대표로 처리해도 국일제지가 제안한 안건을 통과시키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호제지를 국일제지와 합병할 계획은 없다"며 "내가 신호제지의 사장직을 겸임해 두 회사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호제지 경영진 측은 이날 임시주총이 열리는 동안 인근 식당에서 별도의 주주총회를 열었다. 신호제지 측은 별도의 주총에서 사내외 이사 후보 6명을 이사로 선임하고 곧바로 이들을 법원에 등기했다. 이에 따라 국일제지 측은 주총에서 뽑은 사내외 이사를 이날 등기 못했다. 신호제지 관계자는 "국일제지가 사람들을 동원해 주총장을 점거하고 우리 측 주주들이 참석하지 못하게 해 어쩔 수 없이 부근에서 별도의 임시주총을 열었다"며 "총 주식의 25% 이상을 모으면 등기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호제지 경영진은 우호지분이 25%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일제지 측 의 법무법인인 태평양의 안영수 변호사는 "신호제지가 연 주총은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할 것"이다 고 말해 법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가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양측간의 경영권 분쟁은 지난 8월 국일제지가 신호제지의 최대주주인 아람FSI에서 지분 19.81%를 사들이면서 시작됐다. 양 측은 그동안 각각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며 임시주총을 앞두고 세력을 불려왔다. 신호제지는 연매출이 6000억원에 이르는 인쇄용지 3대 업체중의 하나다. 국일제지는 지난해 450억원의 매출을 올린 군소회사다. 이로인해 그동안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킬려고 한다'는 말이 돌았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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