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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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늘도 나는 밥지을 쌀을 퍼내며 어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이 된다.
불운했던 한말에 태어나 일제탄압, 6·25의 민족전쟁등 한세기의 격동기를 오뚝이처럼 쓰러지지 않고 살아오신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건강이 쇠락해가는 문화재갈이 눈에 띄게 이울기 시작한 것은 8년전 중풍으로 쓰러지시면서부터였다.
전신이 마비되고 입이 굳어 말씀조차 못하시던 어머니의 주위에서는 가망없는분으로 포기했다. 그러나어머니는 생의 출발점에 놓인 간난아기가 점자적으로 감각을 더듬어 기어다니고, 걸어다니고,말을 배우듯이 격동기를 걸어오신분답게 다시 일어나셨다. 정말 기적적인 일이었다. 죽은 나무에 꽂이핀것 만큼이나 경이로운 일이었다.
화생한 어머니는 그해 가을에도 수확의 기치를 높이 들고 개선장군처럼이 아들, 저 아들네로 예년과 다름없이 쌀가마를 부치셨다.
가을수확이 끝나면 도회지의 아들네집으로 전전하시다가 봄이 오면 고향에 내려가 농사일을관리하시는데, 도회지의 공해탓인지 아들네집에 머무르시는 한겨울 내내 약으로 건강을버티시며『내년에 또다시 양식을 부치게될지 어떨지…』 걱정하신다. 살얼음 위에 서있는 당선의 건강을 돌아보시는 어머니.
어느새 겨울이 갸고 봄이 왔다. 얼어 죽온줄 알았던 검은 나무에 회춘의 푸른 기운이 들고, 어머니도 요즙은 봅바람을 쐬며 이웃 망머니댁으로,시장으로 나돌이가 활발하시다.
쌀을 씻으며 가만히 뇌어 본다. 『올 가을에도, 또 내년에도 어머니의 사랑과 건강이 가득 담긴 기적의 쌀을 얻을수 있게 하소서』라고<인천시남구미안4동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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