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눈총 받아가며 열리는 북한 인권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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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 인권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과제로 부상했다. 고문과 공개 처형, 굶주림 등 북한 내 각종 인권 유린상은 절박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가결, 이 문제를 지구촌 현안으로 부각시켰다. 유럽연합이 유엔에서 이런 결의안 채택을 주도하고, 미국은 물론 일본마저 인권대사를 신설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근시안적 발상이다. 정부는 아직도 '남북관계 지장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제기하면 '인권문제는 없다'는 북한을 자극해 남북회담 취소 등 강경 조치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설득력이 없다. 일본인 납치 사실을 부인해 온 북한이 이 문제를 끈질기게 거론한 일본에 사과를 한 것은 무엇인가. 미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이라고 자극해도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에 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정부의 이런 사고는 북한 눈치 보기에 불과한 것이다.

한총련과 일부 시민단체들이 이번 대회를 '반북 여론 조성을 위한 수구세력의 음모'라고 규정하면서 방해를 하는 것도 한심하다. 입만 열면 '인권'과 '민족 공조'를 외치는 그들이 북한 동포의 참상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니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왜 북한 독재정권에만은 그렇게 자비로운 태도를 보이는지 알 수가 없다.

인권은 이제 한 나라의 외교 전략 범주에서 다룰 수 없게 됐다. 인류가 반드시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눈을 감으려 해도 그렇게 될 수 없게 돼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대회를 잘 지켜보고 발상의 전환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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