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북송 국군포로 한만택씨 육성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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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12월 28일 탈북했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된 국군포로 한만택(72.사진)씨의 육성 녹음과 사진, 한씨 측근이 보낸 편지 등이 5일 공개됐다.

납북자가족모임.피랍탈북연대가 공개한 녹음에서 한씨는 "(수용소에 수감된 뒤) 맞아서 몸이 많이 힘들고 괴롭다. 여기(북한)에 있는 우리 자식들이 걱정된다"고 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녹음은 한씨가 함경북도 무산시 보위부에서 조사받은 뒤 무산 자택에 감금돼 있던 3월 18일 협조자가 제공한 휴대전화를 통해 남한의 가족과 2분30초가량 통화한 내용이다.

이들 단체 관계자는 "한씨는 4월께 자택을 떠나 정치범 등을 수용하는 북창 수용소로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특히 통화 내용에는 "(한씨가) 중국에서 체포된 뒤 9일 정도 머물렀고 1월 6일까지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한씨가 체포 뒤 곧바로 북송되지 않고 한동안 중국 내에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한씨가 체포된 지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30일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씨의 한국행을 요청했다는 외교통상부의 구명 노력에 허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씨의 조카며느리 신씨는 기자회견장에서 지난해 12월 29일과 12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국방부와 외교부 담당 부서에 각각 보낸 체포 관련 공문을 공개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체포 직후 남한 외교관이 현지에 있었으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까지 했다"면서 당국 대응에 문제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국군 8사단 소속으로 6.25 때 포로가 된 한씨는 지난해 12월 26일 북한에서 두만강을 넘어 중국에 도착, 남한에서 건너온 조카와 상봉하기 위해 옌지(延吉)의 한 안전가옥에 있다가 그곳을 급습한 중국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씨의 누나와 여동생, 조카 등의 남쪽 가족은 1월 31일 청와대에 한씨에게 추서된 화랑무공훈장을 반납하고 한씨의 송환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접수했다.

최 대표는 "한씨가 수용소로 옮겨져 민간의 노력에 의한 송환이 어렵다고 판단돼 10월 31일 한씨의 사진 등을 통일부에 보내 송환 촉구와 정동영 장관 면담을 요청했다"면서 "그러나 통일부가 이를 계속 묵살함에 따라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 납북자 지원단체들은 "정부는 한씨 송환을 위한 남북회담을 개최하고 13일 제1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도 이 사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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