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美 중동평화案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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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스라엘 내각이 2005년까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방안)을 승인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 내각이 아리엘 샤론 총리가 주재한 각료 회의에서 중동평화협상 방안을 격론 끝에 찬성 12, 반대 7, 기권 4표로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날 로드맵 승인으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국가 건설에 대한 권리를 최초로 공식 인정하게 됐다.

그러나 이스라엘 내각은 이날 로드맵을 승인하면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권을 부정하는 결의안도 함께 채택,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

이와 관련,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최고위 측근인 나빌 아부 루데이나는 "조건부 로드맵 승인은 충분치 않다"며 "이스라엘은 우리처럼 아무런 조건없이 로드맵을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오는 6월 4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으로 중동평화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언론들은 24일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부시 대통령이 다음달 4일 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샤론 총리.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와 함께 중동평화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부시 대통령이 6월 1~3일 파리에서 열릴 G8 정상회담 직후 이집트에서 이.팔 정상회담을 할 의사를 밝혔다"고 25일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중동을 방문해 이.팔 정상과 회담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와 함께 샤론 총리는 25일 "이스라엘 땅을 팔레스타인과 분할할 시기가 됐다"며 처음으로 영토 양보 용의를 표명했다.

샤론 총리는 앞서 지난 23일 "로드맵에 대한 이스라엘의 우려를 공감하고 해소해 줄 것이라고 하는 미국의 입장을 감안, 로드맵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면서 "이 방안을 내각에 제출해 승인받겠다"고 밝혔다.

샤론 총리는 그동안"로드맵이 요구하는 ▶유대인 정착촌 동결▶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등 15개 조항은 이스라엘 안보를 위협하는 내용"이라며 로드맵 수용을 거부해왔다.

미국은 "로드맵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는 동시에 "논의 과정에서 우려사항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 샤론 총리에게서 로드맵 수용의사를 이끌어 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지난 23일 "미국은 로드맵에 대한 이스라엘의 우려에 공감하며, 협상과정에서 이를 해소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샤론 총리는 수시간 뒤 로드맵 수용 의사를 발표했다.

한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중지하면 하마스도 이스라엘 민간인 공격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며 1987년 창설 이래 처음으로 잠정 휴전 의사를 밝혔다고 하레츠지가 23일 보도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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