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환자"인 보험사기 일당 검거

중앙일보

입력

보험에 가입한 뒤 경미한 증상으로 장기간 입원해 억대의 보험금을 타낸 이른바 ‘직업이 환자’인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대전경찰청은 수십여 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병원에 입원하는 수법으로 억대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박모(51·여)씨와 임모(60)씨 등 2명을 구속하고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박씨 등은 일당이 지급되는 보험에 가입한 뒤 2007년부터 최근까지 8년간 1인당 145~1734일간 입원해 35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다. 구속된 임씨는 1734일간 입원해 혼자서 3억17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내기도 했다. 박씨 가족 4명이 타낸 보험금은 8억원에 달한다.

전직 보험설계사인 박씨는 고등학생인 아들과 딸을 보험사기에 끌어들여 5억 가량의 보험을 타낸 뒤 이 돈으로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이들은 입원 일당을 타낼 목적으로 관절염이나 타박상, 위궤양 등 통원치료가 가능한 증세인데도 장기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입원기간을 연장하려고 수시로 병명을 바꿔가며 병원을 옮겼다. 입원한 뒤엔 노래방과 술집, 안마시술소, 영화관 등으로 외출을 나가고 일부는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또 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할 필요가 없다”고 퇴원을 요구하면 환자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한방병원과 요양병원, 노인병원 등으로 옮겨 다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대전경찰청 김연수 광역수사대장은 “적발이 되더라도 처벌수위가 낮고 죄의식 없이 가족까지 동원한 사례도 있다”며 “피의자들이 장기입원을 하도록 방조하는 병원도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zino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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